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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두언 의원의 막말 정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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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소속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두언 의원. 이명박(MB)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다. MB 정부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끝까지 자유롭지 못할 처지다. 그런 두 사람이 언제부턴가 등을 돌리더니 이젠 막말 공방을 주고받는다. 지켜보기 민망할 지경이다. 이 장관이 독도에 가서 초병 역할을 한 데 대해 정 의원이 비판한 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이 장관처럼 이벤트를 통해 독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누군들 안 하겠는가. 일각에선 일본 극우파 정치인들의 ‘분쟁지역화’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정치인이 상대방을 공격하더라도 최소한의 품격은 지켜야 하는 법이다. 더욱이 MB 정부 출범의 주역이라면 장삼이사(張三李四)처럼 언어 표현을 하면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정 의원이 지난 4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은 낙제점이다. “독도 문제는 외교부에 맡겨야지 개나 소나 나서면 개·소판이 되죠”라고 했다. 이게 이재오 장관을 겨냥한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물론 정 의원의 가시 돋친 발언에는 이 장관과 독도 대응 전략이 다르다는 배경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나이로 보나, 정치적 연륜으로 보나, 정권 창출 과정에서 함께 일한 사연으로 보나 정 의원이 모멸적 표현을 한 것은 상식 차원의 예의에서도 벗어난 것이다. 욕이란 그것을 하는 사람 못지않게 듣는 사람의 격도 함께 떨어뜨린다. 개나 소라니, 정 의원의 품격과 품성은 그런 표현을 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건가.

일본 정치인들은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의 집권당 실세들 사이에서 벌어진 이런 공방을 재미있게, 혹은 조롱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공인이라면 자신의 발언이 어떤 파문을 불러올 것인지 전후좌우를 살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총과 대포를 사용하는 전쟁과 달리 정치는 말의 힘으로 싸운다. 언어를 통해 상대방과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지지층을 끌어낸다. 말이 강렬해야 효과는 커진다. 하지만 강력한 말과 거친 말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그걸 혼동하기 때문에 요즘 여의도 정치판이 시정잡배의 언어로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위대한 대통령으로 존경받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국민적 감동이 주는 에너지에 저항할 수 있는 정치세력은 없다”고 말했다. 이건 국민에게 감동을 주라는 얘기지, 선동을 하라는 게 아니다. 루스벨트는 노변정담이란 소통 방식을 통해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의 난국을 돌파했다. 이 장관과 정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의 막말을 아이들이 배우겠다”며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라”고 비난했었다. 그때 했던 주장을 벌써 잊어버렸나. 지금 세간에선 두 정치인에 대해 ‘MB 정부를 세우는 것뿐 아니라 망가뜨리는 데도 1등’이라는 소리가 나온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정치는 말에서 시작해 말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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