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세금도 빚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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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호 22면

미국 부채 위기는 드라마를 낳았다. 서로 반목하던 이들이 극적으로 합의하더니 다 괜찮아질 거란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미국에 절실한 건 세금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1조~2조 달러 줄인다는 합의는 대단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복지 지출이 앞으로 연간 4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을 떠올리면 결코 그렇지 않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오늘의 세대가 다음 세대에 세금을 떠넘기는 걸 금지해야 한다. 세금 부담이 계속 커진다면, 우리 자손들은 버는 족족 세금으로 내게 될 것이다. 소비도, 저축도 불가능하다. 그럼 투자도 없다. 단순한 예산의 균형이 아니라 세대 간의 균형이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가상의 국가 ‘세금국(Taxdonia)’을 생각해 보자. 이 나라의 모든 젊은이는 갈수록 커지는 세금 부담에 허덕인다. 걷은 세금은 바로 노인에게 지출된다. 세입과 지출은 늘 같다. 세금국의 아이들은 납세 의무를 교육받는다. 부모들은 말한다. “우리도 젊어서 세금을 냈다. 우리가 어른 세대에 대한 책무를 다한 것처럼 너희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세금은 나이 많은 이들이 정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젊어서 낸 세금 혜택을 제대로 받으려고 더 높은 세율을 책정했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책무를 느끼지 않는다. 높은 세율을 거부했다. 많은 세금을 납부하면 곤경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대 갈등이 시작됐다. 노인들은 지출과 세금을 늘리고 싶어했고, 젊은이들은 줄이고 싶어했다. 각각은 상대를 적대시하고 서로 속았다고 주장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재정 전문가라는 자들이 노인에 대한 부담을 젊은이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이 젊은 경제학자를 고용했다. 과거의 집단은 그들이 납부한 것보다 더 많이 받았고, 젊은이들은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에 말려들었다는 게 밝혀졌다. 정부는 미래의 혜택을 약속하면서 빚 대신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에게 돈을 빌리고 있는 셈이었다.

중앙은행은 젊은이들에게 약속했다. 미래의 세대가 그들의 노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은행이 대신 책임지겠다고. 은행은 돈을 찍어 비용을 충당할 것이다. 젊은이들은 의심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모아놓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닐까. 세금을 내는 것과 다를 바 없잖아.” 은행은 답했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거다. 일을 하고 세금을 내라. 그럼 좋아질 것이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믿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찾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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