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 타사 유출 … SK브로드밴드, 2340명에게 4억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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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터넷망 가입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에 유출한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에 대해 피해자 1인당 10만~2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부장 지상목)는 강모씨 등 2570명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는 각 20만원을, 동의는 했으나 그 범위를 넘어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는 각 1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이 빈번한 현실에서 개인정보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과 개인정보 수집·이용 경위 등을 고려할 때 SK브로드밴드는 2570명 가운데 정보제공에 유효한 동의를 한 230명을 제외한 2340명에게 위자료로 모두 4억여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터넷망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수집하거나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 ▶수집 목적에 어긋나게 개인정보를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 측이 가입자로부터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관해 유효한 동의를 받고 그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관련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SK브로드밴드가 서비스 개통 확인서를 받으면서 포괄적으로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를 받은 것은 형식상 유효한 동의 자료라고 볼 수 없다”며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한 유효한 동의를 받은 경우에도 고객 동의를 받기 전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동의하지 않은 업체에 제공하는 것은 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9월 SK브로드밴드로 상호를 바꾼 하나로텔레콤은 2006~2007년 자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50여만 명의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주소, 사용요금 등의 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인 Y사에 제공했고 이 가운데 2만여 명이 개인정보 도용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날 판결이 선고된 2570명 외에 1만8000명이 낸 소송에 대해서도 조만간 판결을 선고할 방침이다. 법원 관계자는 “지금은 정보제공에 어느 정도 동의한 고객과 그러지 않은 고객을 분류하는 중”이라며 “분류가 끝나는 대로 유사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SK브로드밴드=초고속 인터넷·유선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회사. 1997년 시내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던 하나로통신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2004년 하나로텔레콤으로 바뀌었고, 2008년 9월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회사명을 SK브로드밴드로 변경했다.

SK브로드밴드 사건 일지

2008년 7월 방통위, SK브로드밴드에 3000만원 과태료 부과

2008년 11월 피해자들, 회사 등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집단 제기

2009년 4월 검찰, 고객 600만 명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SK브로드밴드와 해당 임원 기소

2010년 7월 1심 법원, SK브로드밴드와 해당 임원에게 무죄선고

2011년 1월 2심 법원, 유죄 판결과 함께 각각 벌금 1500만원, 500만원 선고

2011년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 “피해자들에게 10만~20만원씩 지급”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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