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 사업지연… 잠실·개포 찬바람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 재건축 시장이 싸늘해졌다.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대단위 저층 및 중층 이상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세를 보이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최근 며칠새 최고 10% 정도 떨어지고 매수세도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일정과 건축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인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 왜 그런가〓가장 큰 이유는 사업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 서울시가 지난 15일 낸 잠실.반포지역 인구영향평가가 건설교통부로부터 반려돼 사업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발걸음이 크게 줄었다.

개포지구 등 대단위 택지지구 내 저층단지도 저밀도 지구의 영향을 받고 있다. 택지지구 아파트도 전세시장 안정 등을 위해 5개 저밀도 지구 추진상태를 감안해 사업을 진행하게 돼 있어 사업지연이 불가피하다. 개포지구의 경우 시공사가 선정되면서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도 침체 요인을 지적된다.

중층 이상 아파트 재건축 시장은 서울시의 규제 강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싸늘해졌다.

서울시는 여의도 상업지역 내 아파트의 무분별한 재건축을 제한하고 다른 지역도 도시기반 시설 등을 감안한 사업 추진 방안을 세울 계획이다.

◇ 시장 동향〓잠실 1단지 13평형은 지난달 말 1억6천5백만원에서 1억5천7백만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인근 2단지 13평형 역시 2월말 1억6천5백만원에서 1억5천7백만~1억6천2백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서울부동산 정용현 사장은 "지난달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지진 않았으나 최근 들어 투자자들이 줄어들어 매수세가 없다" 며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 전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단지의 하락 폭은 더 크다. 지난 18일 시공사가 정해진 1단지의 경우 한동안 찾기 힘들었던 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1주일 사이에 매매가가 5~10% 정도 추락했다.

11평형은 지난주 1억6천5백만원으로 최고가를 나타냈으나 이번 주 들어 1억5천만~1억5천5백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반면 사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13평형 역시 2억~2억1천만원에서 1억9천만원으로 하락했고 최근 시공사가 결정된 4단지도 평균 2천만원 가량 떨어졌다.

중층 아파트 재건축 열기가 뜨거운 여의도도 분위기가 가라앉아 광장 아파트 34평형은 한달 전보다 2천만원 정도 내렸으나 매기가 없다.

◇ 투자 유의점〓가장 먼저 추진일정을 체크해봐야 한다. 사업이 1년 지연되면 금융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잠실.반포 등은 최근 건교부가 서울시의 인구영향평가안을 수도권정비 심의에 올리지 않고 반려, 올해 기본계획 확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저밀도 지구 영향을 받게 돼 있는 개포.가락시영 단지 등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의 재건축 정책의 향방도 관심 대상. 저층 대단지는 전셋값 안정을 위해 지구별로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돼 단지마다 채산성이 달라진다.

또 서울시가 중층 이상 아파트의 재건축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용적률 제한 등을 받게 돼 채산성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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