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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폴트 되면 … 자산 가치 뭘로 재나 … 글로벌 금융시장 대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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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티머시 가이트너(左), 벤 버냉키(右)


그날(8월 2일) 이후 경제패권국인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 의회가 급한 대로 한도를 늘릴 수는 있다. 국가부도를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듯하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미국 핌코의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재정 구조를 지속 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지 않으면 한도가 늘어나도 미국은 신용등급 트리플A(AAA)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 채권은 현대 포트폴리오 피라미드 구조에서 중추(Backbone) 다. 재무부 채권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과 달러·유로 등 현금 자산을 이어준다.

 어디 그뿐인가. 미 재무부 채권은 펀드매니저들이 판돈을 키우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들은 재무부 채권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받아 지렛대(레버러지) 효과를 겨냥하곤 한다. 재무부 채권의 질이 나빠지면 펀드의 자금 동원력이 훼손될 수 있다. 또 미국·유럽의 머니마켓(MM)의 빛과 소금이다. 머니마켓펀드(MMF)들의 기본 자산이다. 만약의 경우 금융회사의 단기 자금 조달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미 재무부 채권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통화정책을 펴는 데도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기도 하다. 버냉키는 공개시장에서 재무부 채권을 사고팔아 시중 자금을 조절한다. 디폴트나 신용등급 강등으로 재무부 채권에 대한 수요가 바뀌면 버냉키 통화정책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 FRB가 양적완화(QE)를 하며 사들여 놓은 재무부 채권의 가치도 떨어져 자본 손실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말한 ‘글로벌 시장의 위계질서’가 뒤죽박죽될 수 있다.

미 재무부 채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자산 가치평가의 기준으로 구실해왔다. 이 채권을 기준으로 다른 선진국 채권 값이 결정된다. 이어 기업들의 채권과 모기지 채권 등의 값이 정해진다. 이렇게 확정 소득을 겨냥한 자산 값이 결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주식과 파생상품, 원자재의 기대수익이 추정된다.

 결국 미 재무부 채권의 위기는 글로벌 시장의 ‘포트폴리오 위기’인 셈이다. 그래서 중앙은행과 투자은행 등 글로벌 시장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미 재무부 채권이 들어 있는 모든 펀드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재무부 채권 값이 디폴트나 등급 강등으로 하락하면 펀드의 자산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시장 참여자들은 트리플A 등급의 미 재무부 채권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다”며 “그래서 그들은 그날(8월 2일) 이후 실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참여자 각자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모르니 시장 전체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를 가늠하기 더욱 어렵다는 얘기다.

 한편 25일 오후 4시 현재 아시아 시장에서는 금값이 온스당(31.1g) 1% 정도 뛰었다. 사상 최고치인 1616 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면 미 재무부 채권값과 한·중·일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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