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부산저축 투자금 … “캄코 210억 한·미 계좌 유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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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이 24일 부산저축은행 초량본점을 방문해 피해 대책을 발표했다. 피해 예금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책을 듣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저축은행이 캄보디아에 설립한 캄코뱅크(Camko Bank)가 2007~2009년 1928만 달러(약 210여억원)를 역외송금을 통해 한국·미국의 3개 은행 계좌에 예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 위원인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이 24일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에서 입수한 캄코뱅크의 연차별 재무보고서에서다.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부동산개발사업 투자금(4966억원)과 관련해 “사라진 돈의 일부가 비자금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 은행이 설립한 캄코뱅크의 돈이 한국과 제3국으로 유입된 사실이 드러난 만큼 비자금 관련 의혹은 더욱 커질 걸로 보인다.

 부산저축은행은 캄코시티·신공항 건립 등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07년 8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캄코뱅크를 설립했다. 그런 캄코뱅크의 연차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설립 첫해인 2007년부터 연간 50억~90억원 상당의 돈을 한국·미국 은행의 계좌에 넣어둔 걸로 나타났다.


캄코뱅크는 2007년(연말 잔액 기준) 미국 와코비아 은행에 794만 달러, 한국 외환은행에 31만 달러를 예치해 뒀다. 2008년에는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예치금이 각각 382만 달러, 86만 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미국의 와코비아 은행 계좌에 남아 있던 돈은 22만 달러였다. 나머지 772만 달러는 인출된 것이다. 2009년에는 캄코뱅크가 국민은행에 넣은 돈이 525만 달러나 됐다. 2007~2009년 3년간 모두 1928만 달러(잔액 기준)가 캄코뱅크에서 한국·미국의 은행 계좌로 들어갔다가 어디론가 빠져나간 것이다. 이 같은 역외 거래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캄보디아로 자금을 보낸 게 아니라 캄코뱅크가 국내 은행에 계좌를 열어 돈을 송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캄코뱅크의 역외송금 규모는 2007년 말의 경우 여·수신액을 포함해 자산 전체(2802만 달러)의 29.4%(825만 달러)에 달한다.

 통상 외국인이 한국 은행에 대외계정을 만들어 송금하면 이자율은 연간 0.07%로 제로금리 수준이지만 자유로운 입출금이 보장된다. 이두아 의원은 “캄코뱅크가 높은 이자 수익을 외면한 채 한국과 미국에 해외 계좌를 만들어 거액을 송금한 것은 정상적인 금융기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역외송금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캄코뱅크의 최대주주인 부산저축은행이 역외로 빼돌린 돈의 사용처와 잔액을 확인해야 하며, 빠져나간 돈을 모두 회수해 피해자 보상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7월 초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캄보디아 현지 실사를 통해 캄코뱅크의 입출금 거래내역 자료를 입수해 현재 분석 중에 있다”며 “비자금 조성 문제에 대해선 조사가 끝날 때까지 확인해 주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위원장 정두언 의원)는 25일 부산시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벌인다. 부산지방국세청도 방문해 부산저축은행의 국내외 투자사업과 관련된 계열사 및 특수목적법인(SPC)들의 세무조사 자료에 대한 문서 검증도 실시할 예정이다.  

글=정효식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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