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대담해진 쇼핑몰 피싱 … ‘먹튀’ 사기 안 당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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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월 “명품가방 판매 사이트 ‘럭스셀’이 수상하다”는 수십 건의 신고 메일을 접수했다. 프라다·루이뷔통·버버리 등 세계 유명 브랜드의 가방을 개당 30만~50만원씩에 판매하는 사이트였다. 신고자들은 “입금한 지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해외에서 제품을 가져와야 하는데, 통관 절차에 문제가 생겼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이 사이트가 사업자 등록이 안 된 불법 사이트란 사실을 파악하고 곧바로 폐쇄 조치했다. 경찰이 추산한 피해액은 약 2억원, 피해자는 400여 명이었다.

 #정모(34)씨는 지난 9일 한 전자제품 판매 사이트에서 42인치 TV를 54만5000원에 구매했다. 처음 보는 사이트였지만 ‘최저가’라는 광고에 끌렸다. 그러나 열흘이 지나도 TV는 배송되지 않았다. 며칠 후 사이트는 폐쇄됐다. 정씨처럼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만든 카페에는 24일까지 700여 명이 가입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런 수법으로 5억원가량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모(23)씨를 구속했다.


 ‘쇼핑몰 피싱’이 대담해지고 있다. 과거엔 중고 매매 사이트 등에서 개인 간 직거래 사기가 많았다면 최근엔 아예 쇼핑몰을 차려 놓고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명 브랜드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것처럼 광고하거나 정부기관 등에서 인증받았다고 홍보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기도 한다.

 이런 사이트들의 특징은 ‘단기간에 치고 빠진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인터넷 사기 혐의로 구속된 조모(29)씨의 경우 6개월 동안 6개의 쇼핑몰을 개설·폐쇄하면서 쇼핑몰 피싱을 했다. 경찰은 “짧게는 보름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쇼핑몰을 열어 놓고 소비자를 모은다”며 “신설된 사이트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범이 중국·동남아 등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 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특징도 있다. 영등포서는 ‘럭스셀’을 운영한 주범 3명이 필리핀과 중국 등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인터폴에 공조 요청을 한 상태다. 한국에 있는 공모자들이 대포통장과 가짜 사업자 명의를 만들면 이를 받아 직접 해외에서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들은 문의전화를 받지 않고 오로지 e-메일로만 접수를 받았고, 환전계좌를 이용했다.

 경찰은 이런 사기가 늘자 신고 홈페이지(www.netan.go.kr)에 접수되는 민원을 분석해 다수의 피해가 접수되는 사이트를 곧바로 폐쇄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영등포서 이종철 사이버팀장은 “신용카드는 받지 않고 현금 결제만 요구하는 사이트는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사기를 당했을 때는 빨리 신고해야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지혜·김효은 기자

◆쇼핑몰 피싱(Shopping Mall Phishing)=가짜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소비자를 끌어모은 뒤 돈만 받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사기 수법. 피싱은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이를 이용하는 범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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