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발행,웃돈 주고 사옥 매입 … 네오위즈게임즈, 투자자 이익 해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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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삼성증권 박재석 팀장

성장력을 키우는 데 쓸 돈을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에 전용한 기업에 쓴소리를 뱉은 애널리스트가 화제다. 주인공은 삼성증권에서 인터넷·통신 업종을 분석하고 있는 박재석(사진) 팀장. 그는 20일 네오위즈게임즈에 대한 기업 보고서에서 “투자자의 이익을 해치는 경영진의 투자 결정으로 경영 위험이 커졌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좀처럼 ‘매도’의견을 내지 않는 업계의 관행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 18일 모회사인 네오위즈가 본사로 사용하는 분당사옥 지분 80%를 808억원에 사들였다. 네오위즈가 2009년 520억원(장부가 650억원의 80%)을 주고 산 것에 288억원의 웃돈을 얹은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30일에는 네오위즈로부터 장부가 384억원(2007년 매입)짜리 판교 사업용지를 584억원에 인수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 3월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네오위즈 사옥 지분 등을 사들이는 데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돈이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전환사채는 네오위즈가 600억원, 다음이 2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네오위즈는 이로써 네오위즈게임즈 지분을 21.12%에서 28%까지 높일 수 있게 됐다.

 박 팀장은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밝힌 목적은 ‘신규 비즈니스 투자를 위한 현금 확보’였는데 이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모회사인 네오위즈는 지분율을 늘리는 동시에 부동산 매각으로 자금을 회수했다”며 “결국 네오위즈게임즈에 투자한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내부거래로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네오위즈게임즈의 성장성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12월 초 1300억원이던 현금보유액이 현재 3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500억원의 빚을 내 마련한 현금이다. 이날 네오위즈게임즈는 전날보다 8.33% 하락한 5만5000원에 마감했다. 박 팀장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오랜 기간 기업분석을 했지만,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깎아내리는 이번 결정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작심하고 (보고서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따끔하게 충고해야 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네오위즈게임즈 관계자는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모회사가 지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데,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킨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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