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뿌리는 식품 … 국내 첫 ‘푸드월드’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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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지하 1층에 들어선 CJ푸드월드는 그룹 내 식품 법인 3개사가 운영 중인 외식 브랜드 및 생산 제품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20일 개관한 서울 쌍림동 CJ제일제당센터 로비에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의 흉상을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작품이 등장했다. 역피라미드 형태의 유리관 안쪽에 호암의 흉상 영상이 보이는 형태다. 인물의 흉상을 홀로그램 방식으로 구현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CJ제일제당센터 로비에 설치된 고(故) 호암 이병철회장의 홀로그램 흉상.

 개관을 이틀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CJ그룹 측은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事業保國·기업 활동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 정신을 계승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취지로 흉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실험적 현대미술의 대표적 장르로 꼽히는 ‘미디어 아트’로 흉상을 제작한 것은 창업정신이라는 그룹의 뿌리를 다지면서도 디지털이라는 미래를 구현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이 최근 창업정신을 강조하며 변신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새로 개관한 CJ제일제당센터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건물은 그룹 내 식품 부문의 3개 법인 CJ제일제당·CJ푸드빌·CJ프레시웨이를 통합해 만든 곳이다. CJ그룹이 식품기업인 ‘제일제당’에 모태를 두고 있는 만큼 그 의미를 되새기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회장의 흉상이 있는 로비 전체를 ‘CJ디지털헤리티지’란 이름의 역사관으로 지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CJ제일제당 센터 지하에 개점한 ‘CJ푸드월드’는 식품기업의 정체성을 극대화한 공간이다. 식품 부문 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외식 브랜드와 생산 제품의 이름을 직접 딴 레스토랑 등 17개 레스토랑을 통합한 공간이다. 4600㎡ 규모로 11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크기다. 그룹 측은 “식품업계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대표 매장)’로 의미를 부여했다. 3층엔 3개 법인의 R&D센터를 합친 ‘메뉴 개발 R&D센터’까지 뒀다.

 사실 올 상반기 CJ그룹엔 ‘이벤트’가 많았다. 지난 3월엔 엔터테인먼트·미디어·인터넷·엠넷 등 4개 법인을 CJ E&M으로 통합하고, 영화·방송·게임·음악 부문으로 운영 중이다. 5월엔 그룹의 CI를 교체하기도 했다. ‘CJ’ 글자체를 고딕체로 바꾼 것인데, 진취적인 기업정신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CJ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엔 이재현 회장이 “CJ와 출발점이 비슷했던 다른 기업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CJ만 성장 속도가 더디다”며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뿌리 깊은 안주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한 데 반해 CJ그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 구조에 안주했다는 위기의식이 그룹 전반에 퍼져 있는 것이다.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위해 2조원이 넘는 거액을 ‘베팅’하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공격적인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것 역시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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