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줄이고, 팔 걷고 … 한 해 14억 아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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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갑(왼쪽) 대전 중구청장이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장승을 깎고 있다. 박 구청장은 예산절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구청 제공]

‘세계 챔피언을 꿈꾸며 7년 동안 링에 올랐다. 택시를 몰기도 했다. 모두 생계를 잇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박용갑(54·자유선진당) 대전 중구청장 얘기다. 이 때문인지 박청장은 구정의 가장 큰 목표를 ‘예산절감’과 ‘지역경제 살리기’에 두고 있다. 박청장은 “젊은 시절 겪은 가난은 구청살림살이에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1년을 맞아 중구청장 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자리에 앉자 마자 예산절감 실적부터 소개했다. 살림살이 방식을 바꿔 연간 14억원을 아꼈다고 했다. 중구청의 대표 축제인 효(孝)문화축제를 시청으로 넘겼다. “이로 인해 축제 예산(4억5000만원)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축제 예산은 전액 구청이 부담해왔다. 가구 등 대형폐기물 처리 방식을 민간 위탁에서 구청 직영으로 바꿨다. 폐기물 처리를 민간업체에 맡김에 따라 필요했던 예산(연간 4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활용품 수거 횟수도 주 3회에서 2회로 줄였다. 인건비 등으로 낭비되던 예산을 연간 4억4000만원이나 덜 쓰게 됐다.

 전국적으로 예산낭비 지적이 일고 있는 영어마을 대신 ‘영어체험 상점’ 5곳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체험 상점은 물건 구입시 고객과 주인이 영어만 구사하도록 권장하는 곳이다. 영어 구사가 가능한 상점(옷가게, 카페)의 주인을 대상으로 희망 업소를 선정했다.

 예산 낭비를 막을 대안도 내놓았다. 박청장은 연간 예산이 2000억∼3000억원에 불과한 자치구에서는 구청 자체 예산으로 대형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재정자립도에 따라 추진 가능한 사업의 범위를 정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재정자립도가 18∼20%로 열악한 지자체는 수백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대형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체장이 표를 얻기 위해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재정위기는 극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권이동으로 공동화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팔을 걷어 부쳤다. 77개 기업을 유치해 1270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중구 지역 대형건물 빈 사무실 비율을 취임 전 21%에서 1년 만에 18.5%로 낮췄다.

 충남 논산 출신인 박청장은 집안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마치고 상경했다. 정비공장에서 기능공으로 일하다 18세 때 염동균 프로복서가 세계 챔피언이 된 것을 보고 복싱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자 포기했다. 이후 대전에 내려와 1년간 택시운전을 한 뒤 1981년 민정당 사무처 직원으로 일하면서 정당생활을 해왔다. 검정고시로 중·고교를 마친 뒤 야간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는 “택시운전을 하면서 터득한 서비스 정신으로 주민들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대전 중구청 14억원 어떻게 아꼈나

4억5000만원

: 효문화 뿌리축제 대전시로 이관

4억원

: 대형폐기물 처리 민간위탁 → 구청직영

4억4000만원

: 재활용품 수거횟수 주3회 → 2회 조정

1억1000만원

: 음식물 쓰레기 감량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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