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불화 뒤끝? 루이뷔통, 롯데면세점 방 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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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르노 회장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과정에서 불거진 불화의 뒤끝일까, ‘3초 백(bag)’이란 이미지가 싫어서일까.

 인천공항 신라면세점 입점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던 루이뷔통과 롯데면세점이 이번엔 롯데코엑스면세점 내 루이뷔통 매장 운영·유지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롯데코엑스면세점 내 루이뷔통 매장은 AK면세점 시절이던 2008년 12월 문을 연 뒤 한동안 면세점 중에서 최대 매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잘나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롯데에 인수된 뒤 공교롭게도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공항철도 2단계 구간 개통으로 코엑스 공항터미널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는 총 8개에 달하는 면세점 내 루이뷔통 매장 중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루이뷔통코리아와 롯데면세점은 지난주 금요일 모임을 갖고 이 매장 운영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루이뷔통 가방들.

 문제는 루이뷔통이 아예 코엑스면세점에서 ‘방’을 뺄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한때 루이뷔통은 코엑스면세점 매장 철수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익명을 요구한 루이뷔통 관계자는 “(철수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매장 운영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협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루이뷔통이 철수 카드를 꺼내진 않을 것으로 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엑스면세점 내 매장에 대해 루이뷔통과 맺은 계약이 올해 말로 끝나 재계약 여부를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 중”이라며 “루이뷔통이 매장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특히 AK면세점을 인수한 지 일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과 코엑스 매장이 강남 노른자위 지역인 만큼 매장 운영만 잘하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잔류하도록 루이뷔통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루이뷔통이 철수까지 고려하게 된 배경으로 루이뷔통의 인천공항 신라면세점 입점 과정에서 생긴 두 회사 간의 ‘앙금’을 지목하고 있다. 당시 롯데는 루이뷔통의 신라면세점 입점을 막기 위해 법원에 계약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을 정도였다.

 루이뷔통이 한국에서 실적이 부실한 매장을 본격적으로 솎아내려는 전략이란 이야기도 나돈다. 다음 달 개점을 앞두고 있는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루이뷔통이 입점할 경우 루이뷔통은 한국 시장에서 22개 매장을 갖게 된다.

 이는 지난해 방한 당시 “한국에서의 루이뷔통 매장 수는 21개 정도가 적정하다”고 언급했던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 그룹 회장의 구상과 다소 어긋난다.

  루이뷔통 관계자는 “매장을 늘리기보다 규모 있고 내실 있는 매장을 꾸려나간다는 전략에 맞춰 한국 시장의 매장 운영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뷔통의 이 같은 매장 관리가 ‘3초 백’이란 이미지를 바꿀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루이뷔통은 국내 길거리에서 3초 만에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팔렸고 이로 인해 명품치고는 너무 흔하다는 의미에서 ‘3초 백’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었다.

이상렬·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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