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학부모가 수능 문제 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감사원은 최근 4년간 수학능력평가 출제 위원단 가운데 11명이 고3 학생이나 재수생 등 수험생을 둔 학부모인 사실을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 2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한 결과, 2008학년도~2011학년도 치러진 수능시험의 문제를 출제하거나 문제를 검토하는 11명의 위원이 수험생 학부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이들의 자녀는 해당 연도에 수능시험을 치렀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은 모두 고등학교 교사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출제위원은 2명이고 검토위원은 9명이었다.

 현행 수능관리 규정상 수능 응시 자녀가 있는 사람은 수능시험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교육과정평가원 측에 ‘시험 응시 자녀가 없다’는 허위 확인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교육과정평가원은 확인서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교육과정평가원이 당사자의 각서만 믿었다”며 “가족관계 증명서만 들여다봐도 쉽게 확인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2011학년도 수능시험 출제 과정엔 출제·검토위원, 보안요원 등 650여 명이 동원됐다. 출제·검토위원으로 선정될 경우 수능시험 한 달 전에 합숙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2~3주간 신변 정리기간을 준다. 이 과정에서 문제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은 “감사원 지적 내용이 맞다”며 “하지만 실제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은 모두 수능시험 당일 저녁 시험이 모두 종료돼야 집에 돌아가기 때문에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합숙기간 중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을 일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출제위원이 낸 문제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변형돼 출제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수험생 학부모로 드러난 위원들을 수능시험 출제·검토위원에서 철저하게 제외하라고 교육과정평가원에 요구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달 수능 모의평가부터는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로부터 가족관계 증명서를 함께 제출받고 있다.

이철재·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