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월가 저승사자’는 검찰총장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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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초대 수장에 오하이오주 검찰총장 출신 리처드 코드레이(Richard Cordray·52·사진)가 지명됐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이 전했다.

 CFPB는 지난해 입법화한 금융개혁법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 아래 독립채산제로 신설된 조직이다.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신용카드 등 금융상품을 감시·감독한다. 법은 지난해 통과됐으나 집행은 1년 유예돼 21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CFPB는 소비자보호에 문제가 있는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시킬 권한을 가지고 있어 월가로선 껄끄러운 존재다.

 오바마는 지난해 이 기구 설계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특보를 초대 국장에 앉히려 했다. 하버드대 법학과 교수인 워런은 열렬한 소비자운동가로 월가의 경계대상 1호로 지목돼왔다. 이로 인해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인준을 통과할 가능성이 작아지자 워런이 CFPB의 조사부문 책임자로 영입했던 코드레이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코드레이는 오하이오주 지방 정치인으로 중앙무대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2008년 대통령선거 때 오바마 캠프에 합류했다. 2009년엔 오하이오주 연금의 변호사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고소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렇지만 공화당은 오바마가 CFPB의 권한을 약화시키지 않는 한 누구를 지명해도 인준을 막겠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공화당은 CFPB를 국장 1인 지휘 체제에서 이사회 운영 시스템으로 바꾸고 예산도 의회의 감독을 받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소비자단체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압박에 굴복해 워런 대신 코드레이를 택했다”며 백악관을 비판하고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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