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폴트, 리먼사태 비교 안 될 대재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미국이 부도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지는 시한(8월 2일)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의회 설득에 나섰지만 미 행정부와 의회의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거대 암초를 향하는 미국호가 안전항로로 복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며 국가 부도 사태가 야기할 후폭풍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신용 등급 강등’을 내세워 정치권을 압박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읍소에 나섰다.

 경종을 울린 것은 래리 서머스(사진)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다. 서머스는 17일(이하 현지시간) 방송될 CNN의 대담 프로그램인 ‘자리드 자카리아 GPS’ 인터뷰에서 “미국의 국가 부도는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의 붕괴를 사소하게 여기게 할 만큼 엄청난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의 연쇄 붕괴(캐스케이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신용시장의 붕괴로 이어졌다. 서머스는 “미국 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은 뱅크런과 펀드런을 야기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금융 제도를 완전히 쓸어버릴 것”이라며 “일상 금융업무도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디폴트는 자초한 대재앙이 될 것”이라며 “재정과 세제에 대한 정치권의 다툼 때문에 국가가 부도 사태에 처하게 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최악의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정부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미진할 경우 이번 달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국가 보증을 받는 미국 금융회사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까지 경고했다.

 존 체임버스 S&P 국가신용등급위원회 의장은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증액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더욱 풀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7월 안에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임버스 의장은 “증액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향후 10년간 미국 재정 적자를 4조 달러 줄이는 데 합의하지 못한다면 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회에 대한 설득 작업이 여의치 않자 오바마 대통령은 여론에 호소하고 나섰다. 16일 주례 인터넷·라디오 연설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최소한 아마겟돈(지구의 종말과 같은 거대 혼란)은 막자”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