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금요일 새벽 4시] “네 전력질주는 달릴 주(走)가 아니라 술 주(酒)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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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4~5면을 장식한 양준혁씨에게 “사인 하나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야구 좋아하는 아들에게 주려고 말이죠. 쓱쓱 이름을 쓰더니 위에 ‘전력질주’란 글을 적더군요. 옆에 있던 동료도 ‘광팬’이라며 사인을 요청했습니다. 똑같은 문구가 적혔습니다. 그의 ‘인생 모토’였던 셈이죠. 공을 때린 뒤 안타건 내야 땅볼이건 1루까지 가장 열심히, 죽어라 뛰는 선수, 그가 양준혁입니다. 작은 것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양신(梁神)’이란 별명을 얻게 한 거죠. 인터뷰 날에도 그랬습니다. 점심도 못 먹고 온갖 스케줄을 소화하고 왔더군요. 촬영을 앞두고 잠시 짬이 났던 오후 7시, 주최 측이 준비한 샌드위치로 배를 채웠습니다. 그러곤 씩씩하게 스튜디오로 내려가 각종 익살 포즈로 취재진을 즐겁게 했습니다. 지면에선 공개 못했지만 손가락을 쑤욱 넣어 코 후비는 장면까지 말이죠. 역시 프로는 괜히 프로가 아닙니다. 기사를 넘긴 뒤 슬쩍 자랑을 했습니다. “정말이지 지난 1년여 동안 고품질 기사를 위해 전력질주했던 것 같아요. 아, 피곤해~.” 기사를 고치느라 애먹던 에디터가 버럭합니다. “질주는 맞는데 달릴 주(走)가 아니라 술 주(酒)겠지~. 기사에서 술 냄새가 풍풍 나서 딸꾹질이 다 난다.” <김준술>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사진 찍히기는 처음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KAIST 정재승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한 말입니다. j 가 인터뷰를 하면 어디서건 그곳은 작은 스튜디오가 됩니다. 좋은 사진을 위해 매번 수십 kg은 족히 될 장비를 이고 지고 다니는 수고를 아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비 보따리 중에는 넉넉한 크기의 검정 천이 담긴 종이 가방도 하나 있습니다. 많게는 다섯 개까지 사용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조명도 그렇지만, 배경으로 설치되는 천 한 장이 현장을 스튜디오로 변신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정 교수도 아마 의자 뒤의 커다란 천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나 봅니다. 우쭐하며 마감을 하는데 아뿔싸! 그러고 보니 양준혁씨 사진과 분위기가 너무 비슷합니다. 그건 진짜 스튜디오에서 찍은 건데…. 평소 휴대전화 카메라로도 저만큼 찍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에디터가 이것을 놓칠 리 없습니다(에디터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술자리에서 망가진 후배들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악취미를 가졌습니다). “속이 시커머니까 늘 시커먼 사진만 찍어요.” 특유의 놀림을 또 시작하려 합니다. “안다고요. 제가 사진 잘 찍는 세 가지 이유. 첫째 카메라가 좋다, 둘째 잘 나올 때까지 찍는다, 셋째 잘나왔다고 우긴다. 이 말 하려고 그러죠?” <박종근>

◆신문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일간지 ‘버지니안 파일럿(The Virginian-Pilot)’ 기자 한 명이

를 방문했습니다. 마감날 하루를 꼬박 지켜본 그는 한국의 신문 디자인이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칭찬했습니다. 에디터가 화답을 합니다. “우리 이세영 기자가 버지니안 파일럿에서 연수한 덕분이지요.” 솔직히 기분이 괜찮았는데, 그 기자는 시큰둥한 표정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은 시선을 좀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기사 행의 맨 끝에 오는 단어는 두 행에 걸쳐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저를 쳐다보던 동료들의 눈빛도 달라졌습니다. “놀다 온 거 아냐?” 그러고 보니 기본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그걸 다시금 깨우쳐준 기자의 이름은 레오 김입니다. “생큐 레오, 더 열심히 할게요.” <이세영>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58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준술 · 성시윤 · 김선하 · 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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