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이 감싸던 브룩스 끝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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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80)의 최측근인 영국 뉴스인터내셔널(NI) 최고경영자(CEO) 레베카 브룩스(43·사진)가 15일 전격 사임했다. 브룩스는 NI에 속한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NoW)’의 휴대전화 해킹 스캔들로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168년 전통의 NoW는 지난 10일자를 마지막으로 폐간됐다.

 NI 모회사인 뉴스코퍼레이션의 머독 회장은 NoW의 해킹 파문에도 브룩스를 두둔해왔으나 결국 사표를 수리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머독의 “다섯째 딸”로 불리며 뉴스코퍼레이션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왔던 브룩스는 이로써 이번 해킹의 최대 희생자가 됐다. 브룩스는 15일 회사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우리로 인해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들에게 CEO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코퍼레이션 측은 브룩스의 후임으로 ‘스카이 이탈리아’의 CEO인 뉴질랜드 출신 톰 모크리지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21살 때 루퍼트 머독 소유의 신문사에서 들어간 브룩스는 머독의 신임을 받으면서 22년 동안 뉴스코프에서 일해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13세 소녀의 살인사건과 관련된 도청 사건이 발생했던 2000~2003년에는 NoW의 편집국장을 지냈다. 브룩스는 NoW와 일간 대중지 더 선의 편집인을 거쳐 2년 전 NI의 CEO가 됐다.

 루퍼트 머독에게는 2남4녀의 자녀가 있다. 이 중 차남 제임스 머독 NI 회장만이 브룩스와 후계 경쟁을 벌여왔다. 루퍼트 머독은 며칠 전까지도 브룩스를 보호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비쳤다.

 이런 머독이 브룩스의 사임을 받아들인 건 그만큼 이번 파문의 여파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NoW를 폐간하고 영국 위성방송 BSkyB의 인수 의사를 철회했음에도 영국 내 비난 여론은 확산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14일 9·11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뉴스코프의 도청으로 피해를 봤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AFP통신은 “머독이 그의 미디어 제국을 지키기 위해 브룩스를 포기했다”고 평가했다.

 루퍼트 머독 측은 도청 사태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임스 머독 NI 회장은 15일 주요 영국 신문에 이번 파문에 대해 사과 광고를 내겠다고 밝혔다. 루퍼트 머독도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의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설명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의회 출석의사를 밝혔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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