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인재 몰리는 강소기업 ② 대전 대덕 에이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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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에 위치한 에이팩 연구원들이 LED 배광측정실험실에서 조명의 각도별 광 효율과 광도 등을 측정하고 있다. 이 회사는 LED 냉각장치를 개발 중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직원 61명의 회사가 올해 10명을 더 채용하겠단다. 수도권 기업도 아닌데 좋은 일자리를 자신한다. 창업 초기에는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청년인재들이 앞다퉈 도전한다. 지방 강소기업에 비전과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 대덕에 자리 잡은 에이팩(apack)은 ‘열(熱) 소방수’로 불린다. 열을 잡는 정보기술(IT) 기업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주력 제품은 컴퓨터와 가전제품의 열을 식혀 주는 ‘히트 파이프(heat pipe)’다.

 “처음에는 앞이 캄캄했죠. 겨우 기술을 개발했는데 포기하고 외국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하니….”

 송규섭(54) 사장이 1996년 에이팩을 창업한 것은 오기 때문이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연구원이었던 송 사장은 94년부터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전자제품 냉각장치 개발에 나섰다. 2년간 밤낮으로 매달려 새 기술을 개발했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공동 개발에 참여했던 업체가 돌연 냉각장치 기술을 미국에서 도입하겠다며 연구를 포기해서다. 당시 국내 냉각장치 시장은 외국의 기술과 부품을 들여와 조립해 판매하는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송 사장은 “국산화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원과 대학(부산대) 후배인 김광수(51) 기술연구소장 등 5명과 시작했다. 기술은 자신 있었다. 히트 파이프는 열 전도율이 높은 구리·티타늄 합금으로 특수 제작한 진공 파이프에 증류수나 알코올 등을 넣은 열 전도체를 말한다. 파이프 안의 액체가 기화할 때 주변 열을 뺏는 원리를 이용했다. 기존 통풍식에 비해 열을 식히는 속도가 2~3배 빨랐다. 독보적인 기술이다. LG전자·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매출도 껑충 뛰었다. 창업 첫해 1억7000만원에서 올해는 175억원을 바라본다.

 문제는 직원이었다. 지금은 KTX가 개통돼 서울을 오가는 시간이 줄었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대덕만 해도 먼 지방이었다.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별로 없었다. 간신히 몇 명 뽑아도 절반 이상이 1년 안에 수도권에 있는 회사로 빠져나갔다.

 송 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인력 채용 방식을 바꿨다. 출신 학교를 따지지 않고 열정을 보기로 했다. 에이팩 이력서에는 출신 학교를 적는 칸이 없다. 회사가 편견 없이 직원을 뽑는다는 입소문이 났다. 전국에서 청년들의 지원이 늘기 시작했다. 현재 직원은 61명. 대학원졸 10명(연구직), 대졸 27명(연구·영업·관리), 고졸 24명(생산·영업)으로 진용을 갖췄다.

 송 사장은 “일류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녀야만 성공한 사람으로 보는 사회의 편견을 깨려는 청년들은 에이팩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대덕=서형식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청년 일자리 지방에도 있다!

에이팩은 올해 말까지 연구직 1명, 생산직 5명, 영업·관리직 4명을 채용한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필요할 때마다 공고를 낸다. 송 사장은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 열정만 있다면 에이팩이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문의 042-879-0823. www.apac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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