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투사 입대한건 완전 로또에 당첨된 것”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카투사(KATUSA)에 지원해 입대한 양모씨(23)는 “카투사 입대한 건 완전 로또에 당첨된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도 카투사 경쟁률이 10년래 최고인 7.4대1이었기 때문이다. 2003년도에 전역한 이순익(32)씨도 “아직도 카투사 모임을 하는데 예전보다 확실히 경쟁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카투사 지원에 가장 중요한 영어 커트라인도 높아졌다. 1998년 5월 이후 모집 때는 토익 600점 이상이었지만 2002년에는 700점으로 높아졌고 2008년부터 현재까지 780점으로 상승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카투사 경쟁률이 높아진다”며 “카투사의 장점이 많아 지원자가 많아졌고 최근에는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5년 3.7대 1이던 경쟁률은 2010년 7.4대 1로 6년 사이 2배 정도 뛰었다. 카투사 지원 준비자 모임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카투사는 완전 복불복’ ‘10% 영어실력과 90%의 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카투사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큰 장점은 생생한 미국 영어를 배우고 미군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2006년에 전역한 진태규씨는 “미군들과 부딪힐 일이 많아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확실히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군생활을 하면서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일과는 오전 6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난다. 그 외 시간은 자유 시간이다. 외출과 주말 외박도 가능하다. 한국 공휴일과 미국 공휴일 모두 쉰다. 이순익씨는 “여가가 상대적으로 많아 군 복무를 하면서 취업이나 복학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생활하는 시설은 우리 군부대보다 훨씬 좋다. 병영은 2인 1실이 기본이고, 진급을 하면 1인 1실을 사용하기도 한다. 체육관·매점·극장·도서관 등 복지 시설이 잘 돼 있고 에어컨·냉장고·전자레인지·책상·서랍·옷장 등도 갖춰져 있다.

이러다보니 들어가는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심지어 학교와 지역 편중 현상까지 나타난다. 지난해 김학송(한나라당)의원이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입대한 병사 8151명 가운데 서울(3678명)·경기(1763명)·인천(259명)거주자가 전체의 70%에 달했다. 서울에서도 강남(533명)·서초(403명)·송파구(381명) 등 ‘강남 3구’ 출신이 40%에 육박했다. 또 서울대(782명)·고려대(804명)·연세대(767명)출신은 30%였다. 김 의원은 “이는 일반 대기업의 SKY출신 비중(20%대)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카투사는 서울 출신의 학벌 좋은 동기 모임'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전쟁과 함께 생긴 카투사는 지난해 10월 창설 60주년 행사를 했다. 초기에는 한국군 중에서 선발했는데 82년 이후에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러 공개 모집했다. 87년부터는 육군 훈련소에서 일부 차출했지만 98년 5월 부터는 다시 100% 공개 모집으로 전환했다. 토익 600점 이상의 지원자 중에서 컴퓨터 추첨을 통해 선발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지원은 평생에 딱 한 번 할 수 있다”며 “중졸 이상 학력, 신체 1~3급 중 현역입영대상자, 토익 780점, 텝스 690점, 토플 IBT 83점, PBT 561점, G-TELP(Level 2) 73점, FLEX 690점 이상의 영어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심영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