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서 배운 공부법,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나눠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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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진행하고 있는 ‘공부의 신 프로젝트’의 지식 나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임수진(인천 부개여고 3)양이 부개여고에 멘토링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치른 이번 기말고사에서 임양과 임양이 가르친 후배 3명 모두 성적이 올랐다. 임양은 “대학생 멘토에게 늘 도움만 받아 미안했는데, 막상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 돼 보니 배우는 게 많다”며 “방학 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인천 부개여고 3학년 임수진(가운데) 양이 동아리 후배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김진원 기자]

동아리 회원 모집 3일 만에 100명 몰려

임양이 만든 동아리의 이름은 ‘M&M’이다. 멘토와 멘티라는 의미다. 임양은 후배들을 가르칠 고3 친구들을 4월부터 모으고, 교장 선생님을 만나 동아리의 취지를 설명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공부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자”는 임양의 생각에 친구 5명이 힘을 보탰다. 정현희양은 “수진이가 처음 동아리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어리둥절했다”며 웃었다. “아직 고등학생이라 누군가의 조언자가 된다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저도 고1 때 문·이과를 선택하는 것부터 모르는 것 투성이었든요. 내 경험을 차근차근 알려주면 되겠다고 마음 먹었죠.”

5월 말에는 후배 모집에 나섰다. 우효민양은 “신청서를 돌리고 딱 5분 만에 저희 6명의 휴대전화로 ‘언니, 동아리 신청서가 모자라요. ㅠㅠ’라는 문자 메시지가 연달아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뿌듯해했다. 모집 첫 날에만 100통이 넘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고, 모집기간 3일 동안 100장이 넘는 신청서가 접수됐다.

지원 동기도 다양했다. ‘저 때문에 가슴 아파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성적을 올리고 싶다’는 간절한 사연부터 ‘다른 과목에 비해 처지는 과목의 기초를 선배 언니의 도움을 받아 확실하게 다지고 싶다’는 열정적인 내용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이지현양은 “처음에는 1대 1로 지도할 생각이었지만 후배들을 한 명이라도 더 돌봐주기 위해 1대 2나 1대 3으로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후배는 13명으로 확정했다. 고3 학생 6명과 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M&M 오리엔테이션도 했다. 서로의 각오를 다지는 서약서도 쓰고 학습 방향도 구체적으로 잡았다. 임양은 놀토 때마다 후배들을 만나 영어 공부를 도왔다. 기말고사를 앞둔 상태라 시험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 다들 시험 범위에 포함된 문법 내용을 어려워해 특강을 해주기도 했다.

고3 친구들도 복습하는 효과

성적이 상위권인 고3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 매달리자 교사들은 “기특하지만 너희들 공부가 먼저다”라며 말리기도 했다. 장혜정양은 “후배들을 가르치다 보니 공부가 훨씬 잘 된다”며 자랑했다. 이지현양도 “동아리 활동 덕분에 기말고사 준비가 오히려 쉬웠다”고 맞장구 쳤다.

공부 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됐다는 멘토도 있다. 우양은 “1, 2학년 때 공부만 하다 보니 3학년 초에 슬럼프가 왔었다”며 “후배들에게 본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빨리 슬럼프에서 벗어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임양은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진로를 바꿨다. 지금껏 경영학과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후배를 가르치면서 교육학과로 방향을 틀었다.

후배들 역시 동아리 활동 이후 달라졌다. 1학년 황혜민양은 “선배 언니의 도움을 받아 이번 기말고사에서 처음으로 시험 범위 전체를 공부하고 시험을 봤다”고 했다. 성적도 올랐다. 황양은 “중간고사에 비해 영어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언니와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여름방학이 기대된다”고 얘기했다. 정원희양은 “학교 선배를 친언니처럼 의지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M&M 동아리 회원들은 여름방학 계획도 알차게 세웠다. 고3 선배들은 “보충수업이 끝나면 후배들을 만나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모르는 부분은 집에 가기 전까지 모두 숙지할 수 있게 가르쳐줄 생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할 계획이다. 전수진양은 “고1, 2학년 때 문법 노트를 만들며 영어 성적을 올린 방법을 후배에게 알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1학년 홍하영양은 “동아리에 가입할 때 거의 10대 1의 경쟁을 뚫었다”며 “함께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워한다. 선배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방학 동안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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