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전 영국총리 정계은퇴 선언

중앙일보

입력

존 메이저 전 영국총리는 다음 총선에서 의원직을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자신이 속한 보수당 지구당에 통고했다고 BBC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올해 56세의 메이저 전총리는 지구당에 보낸 서한에서 "통렬한 자기분석과 슬픔속에서 이같은 결정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야 할 시간을 넘겨 머물기보다는 머물도록 요청받는 동안에 떠나겠다고 말했다.

서커스 곡예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지난 79년 의회에 진출한 뒤 마거릿 대처정부에서 급부상, 외무장관과 재무장관을 역임했었다.

그는 대처 총리가 지난 90년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마이클 헤젤스타인의 도전을 받고 사임하자 보수당 의원들에 의해 후계자로 선출됐으며 지난 92년 총선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보수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의 집권시절에 보수당은 특히 유럽과의 관계를 놓고 격렬한 내분을 겪었다.

메이저 전총리는 지난 97년 노동당의 총선 대승리 이후 보수당 당수직을 사임했다.

그는 "나는 의회에서 20년 이상을 봉직해 왔으며 정치는 내 인생에서 훨씬 더 오랫동안 중요한 부분이었다"며 "그러나 정치는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며 그동안 너무 오래 경시돼온 다른 많은 부분들을 즐길 때가 됐다. 내 가족은 정치를 위해 많은 희생을 했으며 이제는 정치가 양보할 때"라고 말했다.

메이저 전 총리는 대처여사 등 다른 전직 총리들처럼 상원의원직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 당수인 윌리엄 헤이그는 메이저 전총리의 동료의원들이 그의 결정에 슬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 전총리가 아직도 국민들이 그 혜택을 보고 있는 경제분야의 빛나는 업적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유럽 단일통화와 사회헌장에서 영국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한 그의 협상력과 북아일랜드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 등도 찬양했다.

자유민주당의 찰스 케네디 당수도 메이저 전총리가 지난 20년간 영국정치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며 그는 총리 재직시절과 그로부터 3년간을 현재 헤이그 당수가 이끄는 보수당이 보여주고 있는 극단주의와 싸워왔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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