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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높은 대학 진학률이 부끄러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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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

우리 사회에서 뜨거웠던 반값 등록금 논쟁이 이제는 대학 구조조정 논쟁으로 이행되고 있다. 교과부가 밝힌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은 사립대학의 15%인 50개 대학 퇴출과 국립대학의 정원 15%를 감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과 사회의 관심은 퇴출과 정원 감축 기준에 쏠리고 있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 홍승용 위원장은 10일 “교육지표와 재무지표뿐만 아니라 ‘법인지표’를 추가로 반영하는 퇴출을 위한 부실 사립대학 평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사립대학 몇 개 문을 닫고 국립대학 정원을 일부 감축하는 대학 ‘구조조정’이 아니라 대학체제 ‘패러다임 전환’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서 사립대학을 통해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켜 왔다. 그 결과 4년제 대학의 경우 사립대학 재학생 비율이 거의 80%에 육박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안고 있는 교육비의 과도한 학생 부담, 학생 1인당 교육비와 교수 1인당 학생 수 등에서 열악한 대학교육 여건, 그에 따른 낮은 국제 경쟁력 등의 문제를 감안할 때 이제는 사립대학 의존형 패러다임에서 탈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사립고등학교를 국가지원을 받는 일반 사립고와 지원을 받지 않는 자립형 사립고로 구분했듯이 사립대학을 국가지원형 사립대학과 자립형 사립대학으로 나누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학구조조정위원회의 핵심 역할 중 하나는 외국 사례 등을 토대로 국가지원형 사립대학 지정 기준과 이 대학의 운영에 대한 국가 관여 수준 등을 제시하는 것이 돼야 한다.

 다음으로 감안해야 할 중요한 변수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 발전이다. 현재 국가가 제시한 경쟁력 기준의 핵심인 정원확보율은 많은 경우가 대학의 입지에 따른 경쟁력이다. 따라서 이를 핵심 기준으로 삼아봐야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거꾸로 대학의 대도시 집중, 수도권 집중 현상만 심각해질 것이고, 그 결과로 지역균형발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지역균형발전 청사진에 맞추어 대학이 필요한 위치를 찾아 기존 대학의 존폐 여부와 국가지원형으로의 전환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학 수는 오히려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적다는 사실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이런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사립대학 퇴출, 혹은 국가지원형으로의 전환 여부와 국립대학 정원 조정 등을 시도할 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대학에 대해서도 대학 설립준칙에 제시된 교수 1인당 학생 수 등에 맞추어 입학생 수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등학교는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16명인데 대학은 거의 30명에 육박하는 열악한 현실은 대학구조개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나라 대학이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OECD 대학의 평균 수준으로만 낮추어도 대학 신입생 자원은 남아돌며, 대학의 국제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높은 대학 진학률을 다른 나라는 부러워한다. 남은 부러워하지만 우리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숨은 이유는 수학능력이 없는 학생도 대학에서 받아들이고, 해당 학과를 졸업할 실력이 충분치 않아도 졸업시키며, 졸업 후 세계 어디에서든 실력을 발휘하며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길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학체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세계의 부러움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대신 대학교육도 한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박남기 광주교육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