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미국 IT 생태계 바꾼 재미동포 블로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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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준표
숨피미디어 대표 겸
엔써즈 전략이사

지난 2월 말 가수 빅뱅의 새 앨범이 나올 즈음이었다. 앨범 출시 소식을 전하며 빅뱅을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순식간에 전 세계 30여 개국 수백 명의 회원이 답변을 보내왔다. 화려한 영상과 음악을 섞어가며 빅뱅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최고의 답변에는 특별한 상이 지급됐다. 바로 빅뱅이 당첨자에게 직접 전하는 축하 영상 메시지였다.

 바로 엔써즈에서 운영하는 영어권 한류 사이트 ‘숨피’에서 진행됐던 ‘빅뱅 콘테스트’의 한 장면이다. 독자들은 숨피라는 뉴스 매체에서 새로운 정보를 접했고, 그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했으며, 당사자로부터 직접 답변을 받았다. 독자와 취재원 간의 직접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이들 사이에는 국경도 시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전통 미디어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다. 즉 문자에 기반한 일방적 뉴스 전달이 아니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과 멀티미디어, 그리고 소셜 커뮤니티 기능이 한데 어우러진 뉴 미디어인 것이다.

 현재 미디어의 생태계는 급변하고 있다. 전통 미디어의 소식통 역할뿐 아니라 뉴스·정보·오락, 그리고 커뮤니티 기능이 복합된 양방향 뉴미디어 채널로 진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양방향성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의 기능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동영상·사진·음악 등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복합된 미디어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콘텐트 소비자를 단번에 생산자로 바꾸기도 하며 사용자들 간의 정보 교환 및 교류가 개방적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매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런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가 국내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시작했던 AOL은 현재 테크크런치(TechCrunch)·엔가젯(Engadget)·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매체를 거느린 속칭 뉴미디어 제국으로 변모했다. 특히 허핑턴 포스트는 얼마 전 뉴욕 타임스의 웹 방문자 수를 능가했을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AOL은 현재 1500명의 정식 기자와 자원한 시민 기자들, 그리고 분야별 전문성을 보유한 60여 개 매체로 구성돼 있다. 2억5000만 명의 독자를 기반으로 미디어 생태계 변화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허핑턴 포스트의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에 의하면 뉴미디어의 기능이란 “뉴스를 중심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마련하여, 독자들 간의 실시간 교류 및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을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숨피 서비스도 비슷하다. 재미동포의 개인 블로그에서 파워 블로거 수준을 넘어 하나의 기업으로 법인화되며 거대한 해외 미디어로 거듭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첨단 멀티미디어 기술 및 연예 정보를 결합하면서 본격적인 뉴미디어로의 행보를 시작했다. 앞으로는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등 다국어 서비스도 늘릴 예정이다. 연내에는 한류 상품을 이용해 소셜 커머스 기능까지 가미할 계획이다.

 숨피를 비롯해 한류에서 파생된 여러 매체가 커뮤니티 및 소셜 미디어 기능까지 가미된 통합 뉴미디어 생성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 한류의 파급력은 유럽이나 북미지역 시장으로의 지역적 확장뿐 아니라 언론 분야와 IT 분야까지도 아우르는 산업적 발전에까지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표 숨피미디어 대표 겸 엔써즈 전략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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