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속 MS … 스티브 발머는 기죽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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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열정과 결연한 의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노키아와 손잡고 올 연말 새로운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곧 스카이프를 합병합니다.”

 모처럼 공식 무대에 등장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사진) 최고경영자(CEO)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보기술(IT)은 국경과 세대를 넘어 꼭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전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오후 6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심장부 타임스스퀘어의 메리엇 호텔. 발머는 MS가 주최하는 ‘이매진 컵’ 본선 진출자 500여 명을 앞에 두고 잔뜩 신이 난 표정이었다. 이매진 컵은 전 세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 예선을 거쳐 매년 한 번씩 전 세계를 돌며 본선을 펼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MS가 이렇게 큰소리칠 형편은 아니다. 컴퓨터용 운영체제인 윈도는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다른 분야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윈도모바일은 애플의 아이폰에 밀려났다. MS의 시가총액은 애플에 추월당한 지 오래고, MS와 인텔을 합쳐도 시가총액이 애플에 못 미친다. 페이스북은 아직 상장도 안 됐는데 시장가치가 MS의 두 배나 된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돌풍에 밀려 컴퓨터가 퇴물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위치 기반 서비스 ‘포스퀘어’의 최고경영자(CEO) 데니스 크롤리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1 이매진컵’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포스퀘어의 성공은 10년의 실패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반드시 찾아온다”고 말해 본선 진출자 500여 명에게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MS가 결코 만만한 회사는 아니다. 발머에 이어 무대에 오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의 발언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발머와 유치원 때부터 오랜 친구다. “제 인생에 유일한 실수라면 발머처럼 대학을 중퇴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우리 세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세상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여기 대학생 여러분도 MS와 같은 열정과 기술로 여전히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고 지구 온난화 같은 난제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MS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미래를 향한 씨를 뿌리고 있다. 9년째 주최한 이매진 컵 대회도 조금씩 싹이 틀 조짐을 보인다. 이 대회에 입상했던 체코 출신 대학생들의 작품은 아이티 대지진 때 맹활약을 했다. 국제 구조대원들이 이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콜레라 전염경로를 추적하고 최적의 구조활동을 벌였다. 2004년 대상을 차지한 프랑스 대학생들의 게임 소프트웨어는 페이스북을 통해 650만 명이 접속한 인기 상품이 됐다. 시장성을 눈치 챈 벤처캐피털들이 몰려와 이미 750만 달러의 펀딩을 받고 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훨씬 눈에 띄는 출품작이 많다. 싱가포르 공대생들은 MS의 X박스 게임을 이용한 재활치료에 눈을 돌렸다. 뇌졸중으로 손발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시연까지 했다.

 발머가 사상 처음으로 이매진 컵 대회를 직접 찾은 것도 이런 눈에 보이는 성과물에 자극받았기 때문이다. 이매진 컵은 2003년 25개국 2000여 명이 지원했으나 올해는 183개국에서 무려 35만 명이 도전에 나설 만큼 눈부시게 성장했다. 발머도 기분이 좋았는지 개막식 현장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2억원어치의 X박스를 선물했다. 한국은 올해 지역 예선에서 선발된 4개 팀 17명의 대학생들이 이매진 컵 본선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이철호 기자

◆이매진컵=MS가 매년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학생 대상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각국의 16세 이상 청소년이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네 명이 한 팀을 이뤄 대회가 제시하는 주제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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