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금값…3kg 최상품 소매가 5천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랫만에 김치를 담기 위해 집 근처의 슈퍼마켓인 D마트를 찾았던 주부 김영자(58.대구시 달서구 두류동)씨는 배추를 고르다 눈을 의심했다. 엄청나게 비쌌기 때문이다.

가격표에 적힌 배추(2.5㎏ 최상품)한포기의 값은 3천4백원. 金씨는 "김치가 아니라 '금치' 를 담근다는 표현이 맞을 것" 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겨울 배추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왠만한 사람들은 김치를 먹을 엄두도 못낼 정도다.

대구시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최근 배추의 경매가격(5t트럭 한대분.포기당 2.5㎏짜리 최상품 기준)이 5백만원선으로 치솟았다" 고 밝혔다.

3개월여만에 67%나 오른 것이다. 포기당 경매 가격도 2천원이나 된다.

지난해 같은때 경락가(1백50만원)보다 3배 이상 올랐다. 동네 슈퍼마켓 등 소매점들은 배추를 팔 엄두를 못내고 있다.

소매상들은 "도매상에서 배추를 가져 오더라도 값이 너무 비싸 살 사람이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3㎏정도의 최상품은 소매가격이 5천원에 육박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유통센터의 손재근(孫在根)채소구매팀장은 "배추값이 이렇게 비싼 것은 처음" 이라며 "지난해 산지 농민과 계약한 물량이 남아 그나마 3천원대에 팔고 있다" 고 말했다.

가격 폭등은 지난해 가을부터 비와 많이 와 김장배추의 작황이 좋지 않았고, 여기에 겨울 가뭄과 고르지 못한 기온까지 겹쳐 산지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채소류 도매법인인 대구 대한청과의 이상진(李相鎭)경매사는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강진에서 유입되는 물량이 지난해 보다 30~40%줄어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고 말했다. 가격 전망도 밝지 않다.

도매상인들은 "이달말께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봄 배추가 나오지만 벌써 산지 밭떼기 매입가격이 지난해 보다 2배 정도 뛴 상태" 라며 "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