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돋보기] 홈쇼핑 채널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드라마.쇼 등 일반 TV방송에서는 현란한 카메라 기법을 총동원해야 시청률이 올라가고 성공작이라는 평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화면으로만 상품을 보여주고 판매하는 TV홈쇼핑업계에선 사정이 다르다. 특수촬영기법으로 공을 들였다간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 십상이다.

화면에 늘씬한 모델이 나와 제품을 선전하는 장면을 소비자들이 기억하고 있다가 실제로 제품을 받아보면 "화면에서 봤던 멋이 안난다" 고 반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LG홈쇼핑 카메라파트 권순무 대리는 "의류.보석류의 경우 실물보다 아름답게 그림을 찍으면 반품 공세를 피하기 힘들다" 고 말했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TV에 나온 제품이 아닌 것 같다' 는 게 반품의 주된 이유라고 홈쇼핑업체 관계자들은 하소연한다.

이런 연유로 홈쇼핑 카메라맨들은 특수촬영 기법에 자주 동원되는 광각렌즈보다는 작은 상품을 자세히 보여주는 근접 촬영용 접사렌즈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

스튜디오에서 직접 조리하는 식품류나 화장품 등 미용제품은 화려하게 보일수록 매출이 뛰는 경우도 있다. 일반 TV에선 방송 사고나 다름없는 '소리가 안 나가는 시간' 도 TV홈쇼핑에선 필요하다.

홈쇼핑 사회자(쇼핑 호스트)가 상품 설명이나 진행을 아무리 잘해도 방송 도중에 틈틈이 소비자에게 '고민하는 시간' 을 안주면 매출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문은 방송 진행자의 설명이 끝난 직후 잠시 멘트가 없는 사이에 많이 몰린다는 게 홈쇼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39쇼핑 전철우 PD는 "프로그램마다 사회자의 설명을 70% 정도 내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멘트 없이 그림이나 배경음악으로 채우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게 매출에는 효과적" 이라고 설명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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