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쨍하고 해뜬 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26호 10면

모처럼 햇빛이 났습니다. 지난 밤엔 바람도 어지간히 불어 습한 공기마저 사라졌습니다. 쨍한 날입니다. 요 며칠 내내 비구름에 눌려 처져 있던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비타민D를 만들고, 그 비타민D가 나이 든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고 하니 햇빛을 실컷 맞이하는 지금 제가 그렇습니다. 물론 장마철 틈새에 햇빛이 나면 앞마당 가득 꿉꿉한 옷가지들을 널어놓는 게 제일 먼저 할 일입니다. 우거진 여름 숲은 습기를 숲의 향으로 내뿜지만 그 경계에 사는 사람들은 습기보다는 뽀송뽀송한 공기를 더 원합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스치며 지나치는 길에 감나무 사이로 농부를 보았습니다. 장마 중에 잠시 햇빛이 나니 서둘러 논에 나왔나 봅니다. 비는 벼도, 잡초도 무럭무럭 자라게 합니다. 비는 무엇에나 동등합니다. 자연이 그러하니 농사짓는 이는 제 노동만큼 결실의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꾸부정한 자세로 잡초를 뽑아내는 농부의 모습에는 고통과 행복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