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웃음 미학 배운다 … 다논그룹 로렝 사키 마케팅 총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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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You need to ‘Learn to Fail’ or you will ‘Fail to learn.’(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면 배울 기회를 잃는다)

 지난달 11일 프랑스 북부 에비앙에서 다논그룹의 글로벌 경영전략회의가 열렸다. 다논은 1초당 500개꼴로 전 세계에서 팔려나가는 ‘액티비아’를 생산하는 세계 1위 요구르트 회사. 지난해 매출이 3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식품그룹이 ‘실패에서 배우자’고 나선 것이다. 왜 그럴까. 이틀 뒤 파리에 있는 다논 본사에서 로렝 사키(46·사진) 마케팅 총괄 대표를 만났다.


 “한국을 비롯해 100여 국가에 진출하면서 많은 실패와 성공을 맛봤고, 이를 통해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현지화를 통한 세계화)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걸 배웠죠. 한국에서도 5년 내 요구르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습니다.”

 -비스킷·치즈 등 10개 부문 사업을 네 가지로 줄였는데.

 “1996년 지금의 프랑크 리부 회장이 취임하면서 사업부문을 과감히 압축했다. 이윤보다 ‘식품을 통한 건강’이라는 핵심가치를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또 압축된 네 가지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키워 나갔다.”

 -세계 1위 액티비아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나.

 “프랑스·미국 등 9개국에서 2700여 명의 의료진이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유산균이 장 활동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액티비아를 14일간 꾸준히 먹었을 때 음식물이 식도를 통과해 대장에 이르는 통과시간이 평균 38.6~46.4% 줄었으며 만성적인 복통과 변비로 인한 헛배를 줄여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액티비아는 컵당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액티레귤라리스 30억 개를 함유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로 기능성 요구르트 같은 프리미엄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큰데.

 “금융위기 먹구름이 전 세계에 드리워진 2009년에도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3% 이상 성장했다. 우리는 프리미엄 제품 외에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또 일부 제품은 가격을 내려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1분기에도 8%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가급적 FTA 협상이 체결되더라도 관세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현지화를 추구하겠다. 한국은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아직도 성장잠재력이 높다. 한국 시장에서 다논의 성공이 신흥국가에서의 성공을 이끄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프랑스는 연간 요구르트 소비량이 1인당 33~35kg쯤 되는 반면 한국은 8kg에 그치고 있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 좀 더 투자할 예정이다.”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K팝 열풍에 대한 소견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실 프랑스 사람들은 한국과 아시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K팝의 성공은 한국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소녀시대를 다논의 광고모델로 쓸 의향이 있나.

 “좋은 생각이다. 우리는 이미 지단(프랑스 축구선수) 같은 스타급 배우를 광고 모델로 쓰고 있다. K팝 열풍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아이돌그룹을 모델로 고려해봄 직하고 그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에 연간 얼마나 쓰나.

 “사회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13세 이하 유소년 축구 월드컵인 다논 네이션스컵을 160억원 이상 들여 해마다 40개국에서 경기를 치르고 ‘에코 시스템(다논의 친환경 프로젝트)’에 매출액의 1%를 투자하고 있다. 또 에비앙 마스터스골프 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직간접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어 정확한 금액을 얘기하긴 어렵다.”

파리=전명수 기자

다논은 ‘건강을 팝니다’ … 유산균 제품 세계 1위

다논의 기치는 ‘가능한 한 많은 인류에게 식품을 통해 건강을’이다. 그 정도로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식품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창업주는 이삭 커라소. 그는 191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작은 공장을 세워 요구르트를 세계 최초로 산업화했다. 이후 아들 다니엘 커라소가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직접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유산균에 대한 연구를 했다. 아들은 1929년 프랑스에 현대적인 요구르트 공장을 세워 세계 요구르트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다논은 현재 유제품 부문 세계 1위, 생수·이유식 부문 세계 2위, 의료영양식(Medical Nutrition) 부문 세계 3위다. 지난해 매출액은 34조원.

  다논은 한국에도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호남 연구소장 겸 다논 코리아 부사장은 “글로벌 기준에 맞는 임상시험을 전 세계적으로 수행해 배변활동 개선, 가스로 인한 복부팽창 개선, 소화개선 효과가 검증된 액티비아를 한국인 기호에 맞는 제품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 진 다논 코리아 사장은 “현재 한국 시장에는 액티비아 브랜드로 마시는 요구르트와 떠먹는 요구르트가 6종씩 출시됐으며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요구르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치 유산균을 이용한 요구르트를 만들어 김치의 효능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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