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전 과정 추적, 믿을 수 있는 병원만 엄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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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호 03면

어느 병원이 환자에게 좋은 병원일까. 의료서비스의 특성상 평가가 쉽지 않다.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인증제도가 발달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정부 주도로 3년마다 의료기관을 평가해왔다.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했지만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07년 6월부터 의료기관 평가제도의 선진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KOIHA)이 문을 열었다. 정부가 하던 의료기관 평가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인증전담기관이다. 이규식(사진) 초대 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을 만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이규식 원장

-미국의 JCI, 호주 ACHS, 대만 TJCHA와 같은 한국판 인증제가 탄생했는데.
“외국 인증을 받으려면 고액의 비용이 든다. 이를 감당할 만큼 재정이 여유 있는 의료기관은 넉넉잡아도 50개 미만이다. 우리가 외국 인증에 의존하면 나머지 병원은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셈이다. 우리 국민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 전문 인증기관이 필요했다. 병원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관찰해 인증을 준다. 시설과 인력 유무를 따지던 기존 평가에서 벗어나, 진료의 전 과정을 추적한다.”

-인증제에 대한 의료기관의 반응은.
“매우 좋다. 지난 6개월간 39개 의료기관을 평가했다. 인증원 기준을 따르면 환자 안전과 의료 질이 향상될 것 같다는 평가다. 이처럼 우리 인증제에 대해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현재 우리 인증기준은 국제의료질관리학회(ISQua)의 인증 획득을 추진 중이다. 추후 인증원과 조사위원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인증도 받을 계획이다. 개발단계부터 국제인증 획득을 목표로 인증기준을 고려했다. 국제인증을 획득하면 외국 환자도 우리 인증제를 더욱 신뢰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를 만들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선진국의 평가기준을 참조했다. 그렇게 나온 게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 지금의 인증기준이다. 합리적인 인증기준이 되도록 의료현장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기관 평가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조사의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조사위원을 엄격하게 선발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조사위원이 조사팀장과 의료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게 한 것도 특징이다.”

-아직까진 중소병원의 참여가 부족하다.
“기존 종합병원 이상(313개)에서 30병상 병원급 이상(2679개)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중소병원은 평가를 받은 경험이 없어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대부분 인증기준과 인증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 설명회와 무료교육을 펴고 있다. 5월에 4개 중소병원을 시범 조사해 실제 적용하기 어려운 기준을 파악해 대처하고자 한다. 중소병원을 위해 컨설팅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의료취약지역은 정부가 비용을 보조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인증제도가 병원과 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 재단법인으로 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증기준의 합리성, 조사의 공정성·전문성을 확보하고 세계적 수준의 제도로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다. 인증원의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이 또다시 외국 인증을 받는 일이 없도록 우리 인증제도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겸허한 자세로 의료기관의 목소리를 들을 테니 병원들도 우리 인증제도를 믿고 적극 참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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