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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동이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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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논어(論語)』 ‘술이(述而)’편은 “공자(孔子)가 제(齊)나라에서 소악(韶樂)을 듣고 3개월 동안 고기맛을 잊었다(三月不知肉味)”고 전한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공자 세가’에서 공자가 소음(韶音)을 듣고 배우는 3개월 동안 고기맛을 잊었다고 설명한다.

 소음(韶音), 즉 소악(韶樂)은 어떤 음악일까. 사마정(司馬貞)은 『사기』 주석서인 『사기색은(索隱)』에서 “순(舜) 임금의 음악인 소소(簫韶)가 소음”이라고 설명한다. 어원(語源) 사전인 『사원(辭源)』도 ‘소(韶)자’가 “순 임금이 만든 악곡명(樂曲名)”이라고 적고 있다.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는 순 임금이 만든 음악이 소음이다. 청말의 사상가 강유위(康有爲)는 『공자개제고(孔子改制考)』에서 “‘소악’은 순(舜)으로부터 내려왔는데 읍양(揖讓:예로써 사양함)의 성덕(盛德)과 민주(民主)의 대공(大公)이 담겨 있어서 공자가 바라는 바가 담겨 있기에 『춘추(春秋)』에 수록했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 『맹자(孟子)』 ‘이루장(離婁章)’은 “순 임금은 제풍(諸馮)에서 나셔서 부하(負夏)로 옮기셨다가 명조(鳴條)에서 돌아가셨으니 동이사람(東夷之人也)”이라고 말하고 있다. 순 임금이 우리와 같은 동이족이라는 것이다. 후한(後漢)의 반고(班固)가 편찬을 주도한 『백호통(白虎通)』이란 책이 있다. 반고는 이 책에서 『악원어(樂元語)』라는 책을 인용해 “동이의 음악은 조리(朝離)인데, 만물이 미미하게 땅을 뚫고 자라는 것(萬物微離地而生)”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트는 동쪽의 음악, 새봄에 새싹처럼 돋아나는 음악, 아침에 생장하는 음악이란 뜻이 담겨 있다. 당(唐)나라 두우(杜佑)가 편찬한 『통전(通典)』은 “(고구려) 악공(樂工)은 자줏빛 비단 모자를 새깃(鳥羽)으로 장식하고 붉은 가죽신을 신었다”면서 고구려는 네 사람이 춤추고, 백제는 두 사람이 춤춘다고 전하고 있다.

 『삼국사기』 ‘악지(樂志)’는 신라는 삼죽(三竹)이란 관(菅)악기, 삼현(三絃)이란 현악기, 박판(拍板)·대고(大鼓) 등의 타악기가 있었다고 전한다. 『삼국지』 ‘고구려 열전’에 “백성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고 적고 있는 것을 비롯해 동이족의 특징이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젊은 코리안들이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휩쓴 것은 순 임금부터 내려오는 동이족의 음악적 혈통이 서양 음악과 접맥한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뿌리와 DNA가 있다.

이덕일 역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