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터넷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원하는 정보를 순식간에 찾을 수 있는 차세대 초고속 인터넷인 ''그리드(grid.격자 모양의 망)''의 개발이 본격화한다.

새로운 인터넷이 완성될 경우 컴퓨터 사용자는 앞으로 기존 웹브라우저나 검색엔진을 이용하지 않고도 검색단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리드는 쉽게 말해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세계의 슈퍼 컴퓨터를 연결한 네트워크다. 개별 웹사이트 차원에서 정보를 찾는 현재의 인터넷과 달리 정보가 집결돼 있어 검색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미국.영국 등 40개국 과학자들은 유럽분자물리학센터(CERN)에 설치된 세계 최대의 원자분쇄기(LHC)연결 컴퓨터망을 응용한 초고속 인터넷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4일 보도했다.

개발 작업은 주로 영국 분자물리학연구소와 천문학연구위원회가 10년 전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했던 CERN과 함께 맡는다.영국 정부는 일단 연말까지 1억6천만달러의 공공자금을 조성,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현재 LHC의 컴퓨터망에서 정보 공유 및 공동작업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미들웨어 프로그램'' 이 기존 인터넷의 브라우저와 검색엔진, 그리고 서버의 기능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그리드 연구위원회의 존 테일러 국장은 "인터넷과 웹은 원래 연구자료 교환이 필요했던 과학자들이 만들어 냈다" 며 "이같은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그리드 개발이 완료되면 세계 1백50개 대학 5천여명의 과학자들이 이 망에 연결된 천문학적 분량의 정보를 분류, 체계화한 후 기업과 일반인에게 단계적으로 개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까지는 5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드의 개념은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새로운 컴퓨터 인프라 개념으로 처음 등장했다. 시카고대 랜 포스터 교수와 남캘리포니아대 칼 케셀만 교수는 그리드망 개발만이 차세대 인터넷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연방정부 기관들의 자금을 매년 1억달러 정도 투입해 실험단계의 그리드망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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