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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강의 성실성 평가 … 한동대 1위, 숙대 4위, 연대 5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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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기술교육대 전기전자통신학부의 팔레스타인 출신 모하이센 교수가 3학년 학생들의 전기회로 실습을 지도하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 제공]

경북 포항의 한동대 교수들이 제자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전국 4년제 30개 대 재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소속 교수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강의를 하는지를 설문조사한 결과다. 한동대 교수들은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이 같은 평가를 받았을까.

 이 대학 언론정보학과 3학년 오혜민(22)씨는 지난해 2학기 ‘미디어 취재와 편집’이란 전공 수업을 들었다. 한 학기 동안 시사잡지를 만드는 게 수업 목표다. 오씨는 “학기 초 어떤 잡지를 만들지 아이템을 정하는 것부터 제작 마무리까지 학생들과 교수님이 팀을 만들어 함께 했다”고 말했다. 특히 학기가 끝날 무렵 학생과 담당 교수인 이선영 교수가 제출 과제를 놓고 면담을 한다. 면담 시간이 학생당 3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 이 교수는 “교수가 관심을 갖고 학생이 제출한 과제에 피드백을 하다 보면 학생들도 ‘나에게도 관심을 갖는구나’라고 생각해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수진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대학들은 학생과 교수 간 벽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숙명여대 교수들은 취업과 진로 상담 만족도(3위), 성실한 강의(4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대학 교육심리학과 3학년 이지혜(23)씨는 “교수님들이 학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인터넷 토론 게시판을 통해 풀어준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업뿐만 아니라 진로 상담도 한다. 교육학과 4학년 강혜림(23)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수와 상담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가격 만족도 2위인 한양대 구내식당 메뉴.

 교수진 만족도가 높은 대학은 교수들의 열정이 돋보였다. 학생과 정기 상담을 하고, 100명 이하의 소규모 강의를 했다. 교수 한 명이 맡는 학생 수가 적어 사제 간의 정도 남달랐다. POSTECH 화학공학과 4학년 이정환(23)씨는 “학기마다 ‘연구 참여’ 과목이 있어 교수가 진행하는 연구에 학부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수진에 대한 전체 만족도 5위인 충남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도 학부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학생 4~5명과 교수 한 명을 묶어 팀을 구성하게 한다. 학생들은 교수의 지도를 받아 전공 분야의 연구 성과를 낸다. 그 결과물은 졸업 작품으로 출품된다. 졸업 작품이 없으면 졸업이 안 되는 게 이 대학의 특징이다. 이 대학 정보통신학과 4학년 마재경(25)씨는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수로부터 밀착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서울대·고려대 학생들의 교수진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교수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강의하는지 항목에서 고려대 14위, 서울대 23위로 나타났다. 교수의 취업과 진로 상담 만족도에서도 고려대 13위, 서울대 28위였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R&R 배종찬 본부장은 “명문대 교수들이 연구와 대외활동에 시간을 많이 쓰다 보니 정작 학생들에게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내식당 맛 만족도 1위는

채식 뷔페도 갖춘 서울대

점심 땐 택시기사도 몰려

지난달 30일 한양대 구내식당의 메뉴판에 적힌 백반의 가격은 1500원. 동그랑땡, 아몬드 야채샐러드, 김구이, 김치, 미역국 등이 나왔다. 기계공학부 3학년 이동한(24)씨는 “다른 학교 구내식당의 비슷한 메뉴는 5000원 정도 하는데 싸면서 맛도 좋다”고 말했다. 백반 메뉴에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조금 늦게 가면 백반 주문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이 학교 복지과 이용혜 주임은 “음식 가격이 6~7년간 동결돼 어려움이 많지만 학생 서비스를 위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구내식당은 끼니 해결에 중요한 장소다. 가격은 물론 맛도 중요하다. 한양대는 식당 가격 만족도에서 인하대와 함께 공동 2위로 나타났다. 인하대 기계공학과 3학년 권준범(24)씨는 “백반(1300원)과 라면(500원)을 같이 먹어도 2000원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맛에 있어서 가장 만족스러운 곳은 서울대 구내식당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구내식당엔 채식 뷔페도 있다. 채식주의자를 배려한 식단이다. 윤리교육과 4학년 이화연(24)씨는 “가격 대비 맛이 최고”라고 말했다. 서울대 구내식당은 점심 시간대 택시기사들이 몰린다. 메뉴가 다양한 데다 1700~3000원이면 한 끼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낙원교통 택시기사 김경호(50)씨는 매일 저녁 식사를 서울대에 와서 해결한다. 그는 “저렴한 데다 매일 다른 메뉴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택기기사들은 12시 전이나 1시 이후에 이용해달라”라는 협조문을 붙이기도 했다.

 이학래 서울대 학생처장은 “매년 두 차례 새 메뉴를 개발해 학생들 상대로 품평회를 여니까 음식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맛 만족도에서 2위를 차지했다. 구내식당 중 ‘미소찬’ 식당에서 학생들은 교통카드로 식대를 결제할 수 있으며, 메뉴에 대한 불만을 인터넷에 올리면 영양사들이 즉각 반영한다.

◆특별취재팀=강홍준·강신후·최선욱 기자, 김강민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오지은 인턴기자(연세대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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