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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들어 더 벌어진 '계층간 소득격차'

중앙일보

입력

소득분배구조 악화는 외환위기 극복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국민의 정부의 '아킬레스 건' 이다. 지난해 이후 정부가 분배구조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환란(換亂)극복도 빛이 바래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소득분배 구조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개선 조짐을 보이자 4분기에는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4분기 들어 소득격차가 다시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연말이 낀 계절적 요인이 적잖게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시적 현상으로 봐선 안되며 앞으로 더 나빠질 수도 있는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분배구조 실태〓통계청이 내놓은 '1999년 도시근로자 가계수지동향' 을 보면 소득상위 20%(5분위)계층과 하위 20%(1분위)계층간 소득격차배율은 2분기에 5.24배까지 줄었다가 4분기에 5.57배로 다시 확대됐다.

지난해 근로자가구 전체 소득 중 5분위 계층이 차지한 몫은 39.8%에서 40.2%로 높아진 반면 1분위의 몫은 7.4%에서 7.3%로 떨어졌다.

중산층도 계속 허약해지는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소득증가율은 5분위가 5.4%로 가장 높았던 데 비해 중산층에 해당하는 2분위와 3분위는 각각 2.6%, 3.2%에 그쳐 최하위 계층인 1분위(4.0%)보다 못했다.

최하위 계층은 그나마 정부 복지대책의 혜택을 봤지만 중산층은 그렇지 못했던 탓이다.

◇ 정부 시각〓조원동 재경부 정책조정심의관은 "연봉제가 확산되면서 연말에 새 고용계약을 위해 퇴직금을 일시에 지급하거나 성과급을 준 기업이 많았다" 며 "퇴직금·성과급이 고소득 근로자들에게 많이 돌아가는 바람에 상위계층의 소득이 늘어났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또 연말에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자산소득이 많은 상위계층이 재미를 본 것도 주요인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 전문가 진단〓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박능후 보건사회연구원 정책실장은 "성과급 지급 등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며 "벤처기업들이 주도하는 디지털경제로 전환하면서 시장논리에 따라 신흥 부유층이 속출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일자리 유지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고 진단했다.

朴실장은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구조적 변신을 게을리할 수도 없다" 면서 "정부는 국민적 합의아래 시장경제와 생산적 복지대책의 조화를 꾸준히 모색해야 할 것" 이라고 주문했다.

김종민 국민대교수는 "미국도 9년째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중.하위계층의 실질소득은 별로 좋아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포기하며 노동시간을 늘리고 있다" 면서 "우리도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 근로자들의 재교육 시스템 등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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