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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에 예측 가능한 상수 필요 … 정파·이념·계층 뛰어넘는 의제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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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반도포럼은 지난달 29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북한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분과 토론과 종합 토론을 벌였다. 정면 왼쪽부터 백영철 한반도포럼 회장, 권만학 경희대 교수,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태성 기자]


“‘5·24 조치’ 시행 1년을 평가하면 비용이 훨씬 많이 발생하는 고비용 구조다. 정책이 잘못된 듯하다. 이를 바로잡는 논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 과제다.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오승렬 한국외대 교수)

 “‘5·24 조치’가 너무 큰 조치였던 것 같다. 천안함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군사적 조치에 그치고 경제·사회·문화까지 가져온 것은 잘못이다.”(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한반도포럼 학술회의 말미에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5·24 조치’를 둘러싼 토론이 활발했다. ‘5·24 조치’ 시행 결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기 위해선 어떻게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수십 명의 특수부대원을 서울 한복판까지 보내 청와대를 노린 ‘1·21 사태’를 겪은 박정희 전 대통령도 북한과 7·4 공동성명에 합의했고 아웅산 사건을 당한 전두환 전 대통령도 북한과 채널을 유지했으며 KAL기 여객기 폭파사건을 겪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7·7 선언’을 통해 북방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남북 기본합의서를 끌어냈다”며 “이명박 정부도 고차원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24 조치’를 풀어 나갈 아이디어도 나왔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백영철 건국대 명예교수는 ‘한반도포럼’ 학술회의를 평양에서 개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당국 간 의견 교류가 차단된 상황에서 학자들이 방북해 북한 당국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등 상황을 풀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1999년 베이징(北京)에서 남북 학자들이 모여 나눈 경험을 전했다. ‘서울 불바다 발언’의 장본인인 박영수가 북측 단장으로 나온다고 해서 해명을 요구하자 북측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박영수는 당시 40여 분에 걸쳐 진땀을 흘려 가며 사과성 발언을 하더라고 소개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중국·대만 간 교류는 당국은 개입하지 않는 민간 교류 방식으로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이어져 성공했다”며 이를 참고할 것을 권고했다. 오승렬 교수는 “인도주의적 지원은 확대하며 남북 경협은 기업의 책임하에 맡겨 두고 정부 차원의 지원은 조건부로 하는 등 ‘5·24 조치’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토론도 이어졌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박정희·노태우 정부 시절의 정책 목표와 ‘5·24 조치’의 목표가 다른데 동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 지적했고, 최진욱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도 “진행 중인 정책을 실패라고 주장하고 북한과 접촉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이 할 일은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공격에 대한 충격파는 여전하다. 그러나 두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모든 남북 교류를 무한정 차단하는 정책이 길어지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이날 정책연설에서 “‘5·24 조치’ 등 대북 압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금은 그동안 쌓아 온 대북 압박을 기초로 이것을 외교로 전환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고민의 일단을 밝혔다.

글=강영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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