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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아세안 통합, 한국경제에 보약이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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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지난 6월 중순 각국의 장관, 은행가, 각 산업 분야의 리더 및 로비스트들이 모여 역내 경제·사회 발전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회의가 자카르타에서 개최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이곳에 집중됐다.

 불과 몇 주 전에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지도자들이 자카르타에 모여 비슷한 주제로 정상회의를 열었다. 당시 아세안 사무총장인 수린 피추완(Surin Pitsuwan) 박사는 아세안이 직면한 발전과제를 간결하게 표현했는데, 그는 “변화하고 있는 지역 구조 속에서 아세안이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완전한 통합을 통해 경쟁력, 힘, 매력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수린 박사의 발언은 성공적인 아세안 경제 공동체가 확보할 수 있는 기회뿐 아니라 실패할 경우 겪게 될 비주류화의 대가도 잘 요약하고 있다. 이는 냉혹한 현실을 담은 메시지이고, 2015년까지 아세안 통합을 달성하는 것은 벅찬 목표지만 라오스와 싱가포르처럼 다양한 국가가 통합을 통해 장점을 찾는다면 훨씬 거대한 이웃 국가들을 상대로 투자유치 경쟁을 할 만하다는 것을 잘 포착하고 있다.

 약 6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아세안 국가의 경제규모는 이미 인도를 넘어섰으며, 이들 국가의 증시 시가총액의 합은 약 1조7500억 달러에 달한다. 국제금융센터지수(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오늘날 세계 4위의 금융 허브로 성장했으며 상하이와 함께 앞으로 그 영향력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HSBC는 교육 및 정치체제의 발전에 힘입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의 1인당 소득이 적어도 400% 이상 늘어나 2050년에는 이들 국가가 세계 30대 경제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와 같이 인상적인 예측의 바탕에는 동남아 국가의 지도자들이 경제 발전과 사회 결속이 가져올 보다 큰 이익을 위해 영토 분쟁에 마침표를 찍고, 엘리트층의 기득권을 제어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유럽연합의 형성 과정은 통합 회의론자들에게는 역사적인 적대감, 언어, 규모로 인한 차이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극복될 수 있다는 점을, 통합 지지론자들에게는 성공으로 향한 여정이 지지부진하고, 넘기 어려운 장애물로 가득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 국가의 경제적 유대관계는 2007년 FTA 상품 협정이 발효되면서 강화됐다. 서비스 및 투자 부문에 대한 협약도 체결되면서 4년에 걸친 FTA 협상은 2009년에 마무리됐다. FTA 체결 전, 아세안은 한국의 다섯째 교역 파트너에 지나지 않았지만 양자 간 FTA가 체결되면서 교역 규모가 급성장해 2010년에는 중국에 이어 한국의 둘째 교역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상호간의 교역 규모는 FTA 시행 4년차(2010년 6월부터 2011년 5월)에 1068억 달러를 기록해 2007년에 비해 60.8% 늘어났고, 2015년에는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개발도상국들은 분명히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자본, 첨단 기술, 기술력, 금융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반면에 아세안은 한국 기업에 저렴한 노동력 및 기타 비용과 함께 감소하고 있는 서구 소비자의 구매력을 상쇄할 정도의 거대 시장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필자는 세계무대, 특히 이머징 시장과 아세안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이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대기업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이 시장을 검토하고 기업을 설립하거나 가격이 좋다면 기업 인수를 고려해봄 직하다. 금융기관들의 경우도 아세안 시장과 다른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면에서는 대기업보다 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동안 해외 진출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시장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세계 경제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아세안 국가의 통합은 역내 경제 발전을 한층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변화를 잘 읽고 활용하는 힘을 통해 가까운 장래에 서비스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한국 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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