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노인 "나도 벤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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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를 젊은이들만 하라는 법이 있습니까. 자기 경험 살려서 새로운 것 찾아내면 그게 벤처지요. "
85살의 원로 기업인이 일본 벤처업계에 '올드 붐' 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초미립자 '플라렌' 의 신종을 발견해 일본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벤처기업 '국제기반재료연구소(ICMR)' 의 사사키 다다시(佐佐木正.사진)사장이 주인공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사장은 그를 '아버지' 라고 부른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80년대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孫사장이 샤프사의 부사장이던 사사키를 처음 찾아갔을 때 사사키는 "그 열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뭐든지 도와주겠다 "며 그 자리에서 孫사장의 특허를 인정해주고 거래 은행까지 소개해줬다고 한다.
사사키는 그만큼 일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높이 사주는 사람이다.

1964년부터 30년간 샤프에서 일하며 세계 최초로 소형 전자계산기를 개발하는 등 샤프를 계산기.전자렌지.액정 디스플레이 부문의 최고 기술업체로 키워놓은 그는 은퇴한 뒤인 94년 ICMR을 설립했다.
79살 때였다.
주위에서는 "이제 편히 쉴 때가 됐다" 며 창업을 말렸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를 벤처창업에 나서게 만든 것은 기술앞에선 모두 평등하다는 '공창(共創)의 정신' 이다.

"다양한 분야의 정보화가 진전돼 모든 비즈니스가 1분1초를 다투게 되는 시대에는 대기업이 '독창' 을 포용하는 형태로는 안된다.
모두가 한데 모여 힘을 합하지 않으면 강한 기술과 좋은 제품은 탄생하지 않는다" 는 내용이다.
그의 기술철학이기도 하다.

사사키는 21세기의 화두인 정보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반도체 소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차세대 기술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반이 바로 신소재라는 결론이다.
그리고 신소재 개발에는 자신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그는 요즘도 기업순회.강연.컨설팅을 위해 1년 중 절반을 지방출장으로 보낸다.
3월중으로 이스라엘.스위스.미국을 방문해 첨단기술과 벤처기업들을 둘러보고 올 계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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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벤처하기가 힘들지 않느냐" 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내가 죽으려면 아직 멀었다" 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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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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