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 분통 스마트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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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금방 뭐라고 하셨죠? 안 들리세요? 아, 또 이러네…!”

 스마트폰을 쓰는 직장인 김민희(30·서울 도화동)씨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런 일을 겪는다. 조금 통화하다 보면 상대편 말소리가 뚝뚝 끊기면서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김씨는 “통화 끊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어떤 때는 정말 전화기를 던져버리고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와 같은 불편을 호소하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부쩍 늘었다. 네이버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 모임’(아사모) 카페에는 비슷한 경험담이 숱하게 올라와 있다.

‘스마트폰을 켜놨는데도 고객 전화가 연결이 안 됐다. 나중에 연락하니 전화를 왜 안 받느냐며 화를 내더라. 결국 보험계약은 해지되고 상사한테 많이 혼났다.’(Lot****)는 류의 얘기다.

지난달 아사모가 회원 40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5%가 매일 통화 끊김 현상을 겪는다고 답했다. 주 1~3회 경험한다는 응답도 37%나 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사용자 카페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한 카페회원은 ‘통화 끊김 때문에 네 번이나 스마트폰을 바꿨지만 교환할 때마다 통화 끊김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hjh****)고 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상담센터 정영란 팀장은 “스마트폰에 대한 상담 중 대부분이 통화 끊김 현상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달 15~29일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불만 가운데 45%가 끊김 같은 스마트폰 품질에 관한 것이었다.

 화가 난 소비자들이 통신업체나 단말기 회사, 소비자보호원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한 네티즌은 “통화품질 때문에 통신 업체에 전화해 항의하니 트래픽 과다 때문이라 어쩔 수 없다며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거나 스마트폰을 껐다 켜라는 말만 하더라”(hks****)고 불평했다.

 통화 끊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데이터 폭증에 따른 네트워크 과부하’를 지목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1400만 명에 이르는 데다 ▶그중 절반가량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이고 ▶내려받는 애플리케이션 수 또한 급증해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이동통신 3사가 처리한 데이터양은 1만3264테라바이트(TB)로, 지난해 같은 달(3598TB)의 3.7배에 이른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음성 통화 신호를 전달하는 통신망과 데이터 신호를 전달하는 통신망이 분리돼 있긴 하지만 데이터 망에 과부하가 생길 경우 음성 망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재균 영남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통신망 고도화가 답”이라고 말했다. 무선초고속인터넷인 ‘와이브로’나 SK텔레콤·LG유플러스가 1일 각각 선보일 롱텀에볼루션(LTE) 같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박혜민 기자, 권재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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