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 달리던 자전거, 주차 차량에 끼~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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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대구시 내당동에서 한 자전거 운전자가 자전거 전용차로를 따라 출근하고 있다. 뒤쪽에 U턴 한 화물차가 자전거 전용차로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7일 대구시 서구 내당동. 왕복 6차로의 갓길에 적갈색의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다. 자전거 이용자들이 시원하게 뻗은 길을 달린다. 주민들은 “이전에는 자전거가 인도로 다녀 많이 불안했다”며 “늦었지만 자전거 도로가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도심 간선도로인 서대구로에 자전거 전용차로가 등장했다. 서구는 내당동 두류네거리에서 비산동 만평네거리까지 4.1㎞(왕복 8.2㎞)에 폭 1.3m의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어 28일 개통했다. 지난 2월 착공했으며 국비 8억8790만원이 들었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자전거와 다른 차량이 도로를 공유하면서 노면표시로 자전거의 통행구간을 구분한 도로를 말한다. 경계석 등을 설치해 차도·보도와 구분한 자전거 전용도로와는 다르다.

 이 자전거 도로는 도로변의 자투리 구간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도로변의 빗물관 뚜껑이 있는 곳(폭 60㎝)과 편도 3∼4차로를 조금씩 줄여 자전거 도로를 확보했다. 자전거 도로와 차량 통행도로 사이에 그은 차선에는 5m 간격으로 태양광 표지를 설치했다. 둥근 형태의 태양광 표지는 야간에 녹색 빛을 내며 자전거 이용자나 차량 운전자가 자전거 도로를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해준다.

 서구청은 2009년 서대구로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기로 하고 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서대구공단 등으로 출퇴근하거나 시장을 보는 주부 등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서다. 서구청의 김재영 건설방재과장은 “도로변을 활용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것이 자전거 전용차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이날 오후 자전거 전용차로 곳곳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눈에 띄었다. 평리동의 농협 하나로마트 앞 도로변에는 쇼핑객들의 승용차가 자전거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은행·식당 등 사무실과 점포 앞 도로변 군데군데에도 승용차나 트럭이 세워져 있다. 자전거 운전자들이 차량을 피하기 위해 도로로 진입하면서 교통 사고 우려도 크다. 주민 손대호(39)씨는 “자전거 도로가 뚫려 좋긴 하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아 문제”라며 “상습 주정차 구간에는 탄력봉을 세우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좁아진 차로 때문에 자전거 도로의 경계선을 물고 운행하는 버스도 많다. 시내버스와 자전거 운전자가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운행하는 구간도 눈에 띄었다.

 서구청 김천호 자전거문화담당은 “한 달간 문제점을 파악한 뒤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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