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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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1944년 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모습. 상륙 후 전선은 한동안 교착 상태가 이어졌으나 독일군의 방어선은 일단 구멍이 뚫린 다음엔 순식간에 무너졌다. 장기간 박스권을 맴돌던 주가도 저항선을 돌파해 이전 고점을 웃돌게 되면 새로운 상승 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


1944년 여름 연합군 수뇌부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프랑스 노르망디에 상륙해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내 독일군의 결사적인 저항에 막혀 프랑스 내륙으로 진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르망디 지형은 방어를 하는 쪽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탓에 물량 측면에서 열세였던 독일군에 큰 힘이 됐다. 반면 유럽 땅에 상륙만 하면 멋진 ‘기동전’을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던 연합군 지휘부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연합군은 교착상태에 빠진 전선을 돌파하고자 몇 차례의 대규모 공세를 감행했다. 하지만 유리한 지형에 기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독일군의 방어선 앞에 진격을 멈춰야 했다.

대규모 폭격기 편대를 동원한 융단 폭격과 압도적인 기갑 전력을 앞세워 파상공세에도 나서 봤다. 그러나 희생만 컸을 뿐 연합군이 거둔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연합군은 공격하고 독일군은 방어하는 지겨운 교착 국면에 무려 7주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1944년 7월 말 영국군에 이어 미군이 대규모 공세에 나서자 독일군 전선은 마침내 붕괴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공세를 막아내는 듯했지만 전선에 큰 구멍이 생기며 독일군의 방어선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연합군을 노르망디 교두보에 가둬두는 데 ‘올인’하다 보니 후방으로 침투한 적을 상대할 예비 병력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이후 연합군은 순식간 프랑스에 남아있던 독일군을 포위·섬멸했고 독일 국경의 코앞까지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주식 시장에서 ‘박스권’은 매우 재미없는 국면과 같은 말이다. 주가가 조금 올라가는 듯하면 이내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여지없이 원래 출발했던 자리로 주가가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가가 ‘시원하게 빠지면서’ 부담 없이 매수할 기회를 주지도 않는다. 일정 수준에서는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가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려고 하면 금방 빠질 것 같고 팔려고 하니 가격 매력이 있는 계륵 같은 국면이 바로 주가의 ‘박스권’이다.

 그러나 장기간 박스권을 맴돌던 주가가 결국 저항선을 돌파하고 이전 고점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웃돌게 되면 이것은 매우 중요한 매매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이전 박스권의 붕괴와 함께 새로운 상승 추세의 시작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주식을 사려는 세력이 강하면 주가가 박스권을 맴돌고 있을 까닭이 없다. 따라서 박스권의 상향 돌파는 새로운 수급의 주체가 개입하거나, 일정한 주가수준에서는 무조건 주식을 파는 ‘악성매물’이 해소됐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장기 박스권을 돌파한 주가는 잠재매물을 극복할 만큼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인 만큼 주가에 부담이 없다면 한번 따라가 볼 만한 것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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