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잠깐 볕든 날 휙 낚아채다, 류현진 어느새 다승 공동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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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화의 ‘괴물 투수’ 류현진이 28일 SK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나서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SK 타선을 상대로 5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며 시즌 8승째를 올렸다. 윤석민(KIA)·장원준(롯데) 등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다. [인천=연합뉴스]


비 때문에 선발 등판이 사흘이나 연기됐어도, 등에 담이 들어도 에이스는 에이스였다.

 일주일 만에 4경기가 모두 열린 28일 프로야구에서 한화 류현진(24)이 최고 투수의 위력을 뽐냈다.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5이닝을 3피안타·5탈삼진·1실점으로 막아 시즌 8승째를 따냈다. 4월 1승4패의 부진을 겪고도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 윤석민·로페즈(이상 KIA)·박현준(LG)·장원준(롯데)과 다승 공동 선두를 이뤘다.

가르시아

 경기 전 류현진은 “비만 안 오면 된다”며 의욕에 차 있었다. 지난 25일 롯데전부터 선발로 예고됐던 그는 비로 경기가 계속 취소돼 이날 SK전 선발로 나섰다. 류현진은 올 시즌 SK와 2경기에서 1패·평균자책점 6.92로 부진했다. 또 한화는 올해 SK에 1승8패로 맥을 못 췄다. 하지만 류현진은 “어차피 맞서야 하는 상대다. 잘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류현진은 전력투구로 SK 타선을 제압해 나갔다. 3회까지 퍼펙트 행진이었다. 4회 초 한화는 가르시아가 SK 선발 송은범으로부터 우월 투런 홈런을 때려 선제점을 뽑았다. 류현진은 두 팔을 활짝 펴고 가르시아에게 축하를 보냈다. 곧이어 한화가 신경현의 왼쪽 2루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나자 류현진의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4회 말 2사 후 류현진은 최정에게 시속 144㎞짜리 직구를 던지다 좌월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올 시즌 류현진은 최정에게 3경기 연속 홈런을 내줬다. 기분이 상할 법했지만 류현진은 금세 마음을 다잡았다. 다음 타자 이호준을 시속 131㎞짜리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종료했다.

 4-1로 앞선 5회 말에는 투구 도중 왼쪽 등에 담 증세가 왔다. 2사 후 박재홍·최윤석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1, 3루 위기에 몰렸다. 정민철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류현진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류현진은 “5회까지 채우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조동화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선발투수 임무를 완수했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류현진은 슬럼프에 빠져도 헤어 나오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 정도 투수라면 코칭스태프가 손을 댈 필요도 없다. 경기를 지켜보면 류현진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가는지 보인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47㎞에 그쳤다. 하지만 탁월한 직구 컨트롤로 스트라이크존 좌우 폭을 활용했다. 또 커브 구속을 102㎞까지 떨어뜨리며 상대 타자의 허를 찔렀다. 류현진은 경기 뒤 “오늘 같은 날은 제구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몸이 좋을 때는 또 다르게 던진다”고 말했다. 5-1로 이긴 한화는 최근 3연패에서 탈출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삼성이 LG에 4-3으로 역전승해 시즌 처음으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삼성이 시즌 중반 1위로 올라선 것은 2006년 이후 5년 만이다. 반면 SK는 지난해 4월 18일 이후 1년2개월여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은 2-3으로 뒤진 9회 초 동점을 이룬 뒤 연장 10회 초 김상수의 결승 2루타로 올 시즌 가장 먼저 40승 고지를 밟았다.

 두산은 목동구장에서 넥센을 6-5로 누르고 3연승을 달렸다.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 이후 6승3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산은 롯데를 제치고 5월 18일 이후 41일 만에 5위에 복귀했다. 4위 LG와는 5.5경기 차다. 2009년 데뷔 후 통산 홈런이 단 4개였던 두산 정수빈은 3-3 동점이던 5회 초 시즌 1호이자 역전 결승 3점 아치를 그렸다. KIA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7-2로 꺾었다.

 인천=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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