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검사권 가진 금융소보원…청와대 협의 거쳐 주내 최종안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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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대통령의 기대수준에 맞춰야 한다.”

 총리실 산하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26일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밀어붙인 것은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난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의 부정과 부패는 금융시장의 감시자가 아니라 ‘생선가게 고양이’가 돼버린 금감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런 금감원을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분노가 여론과 정치권에 차고 넘쳤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4일 금감원을 방문해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금감원이 아무리 미워도 금융감독체계를 쪼개고 나누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로 나뉘어 있던 감독조직을 합쳐 만들어졌다. 권한이 집중된 만큼 큰 위기에 빠르고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 5년마다 한 번꼴로 닥쳤던 큰 위기를 비교적 무난히 넘겨온 것도 통합감독체계의 역할이 컸다.

 TF 출범 때부터 ‘통합감독체계도 유지하고 금감원도 개혁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은과 예보의 단독 조사권’ ‘공시와 회계, 제재를 포함한 시장 관련 기능의 독립’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등의 방안이 논의됐지만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신중론에 밀려 채택되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남은 유일한 대안이 금융소보원이었다.

금감원의 두 가지 핵심 기능인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하면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통합감독체계도 크게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금융상품과 민원에 대해 제한적인 검사권과 제재권을 갖는 금융소보원 출범이 확정되더라도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과 거시·미시 감독 등 대부분의 권한은 여전히 금감원이 행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금융위 반대로 유보됐다. TF는 청와대와 협의 를 거쳐 이번 주내 최종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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