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바이오산업 새 성장엔진 ‘바이오시밀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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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현동욱
한국MSD 사장

정부는 미래 한국의 성장을 이끌어갈 차세대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선정한 바 있다. 정부의 이러한 발표와 함께 관련 업계에서도 발 빠른 변화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제약 회사들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삼성·LG·한화 같은 국내 기업들도 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갖고 특히 단백질 복제약으로 불리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국내 제약 산업은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 왔다. 일례로 두 가지 성분을 혼합한 복합제 개발 등 일부 영역에서는 국내 기업이 다국적 제약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특히 생산 과정이 까다로운 고품질의 생물학적 제제를 생산하는 국내 연구진의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임상연구 분야에 있어서도 많은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에서 임상 연구를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0상·1상 등 임상 초기 단계부터 국내 의료진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 함께 초기 단계부터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거나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의 R&D 수준이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해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R&D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인센티브 외에도 국내 기업의 북미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혁신적인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콜럼버스 프로젝트’로 명명한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내 제약 기업들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보건의료(HT) 산업 투자 포럼을 여는 등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MSD도 이번 투자 포럼에 참여해 앞으로 5년간 한국에 2100억원의 투자를 약속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국내 기업 및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임상 연구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업계의 노력과 함께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다. 7년 이상 국내 의료 산업에서 제약회사 경영자로 몸담았던 필자는 그동안 긍정적인 정책 변화와 함께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준 높은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는 전 세계 정부가 직면한 도전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진행 국가 중 하나로, 아마도 이 같은 도전의 최전선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정책의 시행이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은 업계의 혁신적 노력을 보상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는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R&D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정부의 바람대로 세계 5대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는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치료제가 탄생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치료 분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여러 단계에 걸친 임상시험을 거쳐 안정성이 확인된 후에야 비로소 하나의 치료제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제품 개발의 초점을 명확하게 하면서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정부는 이를 일관된 정책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때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미래는 반드시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며 머지 않아 한국의 보건의료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현동욱 한국MSD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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