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술을 담가 병에 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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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매실주를 담글 때 100일 이상 두지 마세요!” 한국소비자원의 권고다. 가정에서 만든 매실주 등 33종을 분석한 결과 오래 묵히면 발암 추정 물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누리꾼들이 퍼 나르면서 “매실주를 담굴 때 주의할 점” “매실주를 담는 기간은 100일을 안 넘기는 게 좋아” 등으로 표현하는 일이 많다. 뒤섞여 사용되는 “매실주를 담다/담구다/담그다” 중 올바른 표현은 무엇일까?

 ‘매실주를 담굴 때’ ‘매실주를 담는 기간’은 ‘매실주를 담글 때’ ‘매실주를 담그는 기간’으로 고쳐야 한다. 매실주를 병·항아리 등에 넣을 때는 “매실주를 담다”고 하는 게 맞지만 매실주를 제조하는 것을 일컬을 때는 “매실주를 담그다”로 표현해야 바르다. ‘담구다’는 표준어가 아니므로 그 활용형인 ‘담구고·담구어·담구니·담구었다’도 쓸 수 없다.

 어떤 물건을 그릇 등에 넣는 것을 이르는 ‘담다’는 ‘담고·담아·담으니·담았다’처럼 활용되고, 김치·술·장·젓갈 따위를 만드는 재료를 버무리거나 물을 부어 익거나 삭도록 그릇에 넣어 두는 것을 일컫는 ‘담그다’는 ‘담그고·담가·담그니·담갔다’처럼 활용된다. “깨끗한 매실로 매실주를 담가 유리병에 담았다”와 같이 사용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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