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重 차별화 장세’ 더 심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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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란 항상 주도주가 있고 차별화 과정과 역차별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최근처럼 그 차별화가 극심하게 펼쳐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오르는 주식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주변 주식은 오히려 크게 하락하는 차별화 장세가 예전엔 거의 없었다. 2중적인 차별화 장세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러한 장세는 단순히 수익률의 차이만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을 대립의 관계로까지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위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 우리 증시가 지식사회에 걸맞은 주식시장으로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러한 결론은 현재의 주도주군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장세 움직임과 관련해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세계적인 트렌드.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진부하게 들리는 세상이 됐다. 소위 말해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이야기되는 것처럼 거대한 권력이동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나스닥의 경험이 차별화 장세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광고물의 3분의 1 이상은 이미 뉴이코노미 관련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간단한 논리로 차별화 장세를 만끽하고 있는 투자자는 ‘새로운 지식’을 강조한다. 반면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은 버블을 이야기한다. 이런 트렌드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다우와 나스닥, 일본의 닛케이와 자스닥 등에서 동시에 일어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둘째, 학습효과의 결과. 우리나라에서 차별화 장세가 강화된 시기는 작년 11월 장세였다. 그때 많은 사람은 차별화 장세의 위력을 목격했다. 한 번의 차별화 장세를 통해 습득된 학습효과에 의해 그 후에 펼쳐지는 차별화 장세는 더욱 강화되기 마련이다. 1차 때 동참했던 사람은 확신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사람은 그때의 두려움으로 새로운 시세를 좇아가기 때문이다. 단지 단기적인 주식시세만의 학습효과가 아닌 면도 있다. 크게 보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전되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했고,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등에서 배운 경험이 확대재생산되면서 나타나는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셋째, 인터넷의 발달. 앞서 두 가지의 이유가 단순히 주식만의 측면이라면 사회변동적 측면에서 인터넷의 발달이 차별화장세를 더욱 가속화하는 면이 있다. 예전에 일부에서만 암암리에 공유되던 정보가 최근에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순식간에 퍼져간다. 주식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주식이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주식사이트의 경우 하루에 15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므로 그 숫자가 절대적인 방문자 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실로 엄청난 사람이 그 공간을 활용하면서 정보와 지식을 얻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투자전략을 마련한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 결과는 차별화 장세를 더욱 가속화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러한 요인 외에도 수급의 불균형, 기관의 수익률 경쟁, 데이 트레이드의 확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여하튼 차별화 장세는 지식사회의 주식시장에서 펼쳐지는 큰 특징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차별화 장세가 단순히 인터넷과 정보통신주의 주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이 증권주일 수도 있고 새로운 테마일 수도 있다. 차별화 장세가 어떤 형태로 펼쳐지든 극단적이고 2중적인 차별화 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세 가지 요인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세 번째이기 때문이다.

이런 장세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발빠른 대응과 개인적인 노력이 필수다. 성공투자를 위해서는 예전에도 이들 요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처럼 필수적이라고 표현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주식시장. 그러나 멀리 보았을 때 이런 흐름은 이제 시작이 아닌가 한다.

문의 02-6747-6677·doolypapa@ thinkpool.com·www.Thinkpool.com

김동진 씽크풀대표 / 이코노미스트 525호 (2000.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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