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충격 받았을 때 생기는 환각 현상일 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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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호 16면

과학계와 의학계는 대체로 임사체험에 대해 부정적이다. 체험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연구 결과 생체 반응으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부정적 입장은 ‘뇌가 헷갈리는 현상’의 원인으로 ▶환각 ▶저산소증 ▶흥분ㆍ행복감 ▶정신분열 등을 꼽았다.
환각설은 뇌 기능이 완전히 멈추면 그런 체험을 하고 또 기억해 낸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본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환자가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해 임사체험을 얘기한다고 해도 이는 뇌가 기능을 멈추기 직전이나 의식 회복 후 작동해 생긴 환각이라는 논리다. 마약이나 정신분열증에서도 일어나는 환각 같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임사체험을 부정하는 사람들

저산소증으로도 설명한다. 『죽음 그 이후』의 저자 블래처 박사는 임사체험을 죽음에 대한 환각이라고 한다. “심장이 멈추면서 저산소증에 빠진 뇌가 의료 절차나 질병에 대한 불안을 처리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불과하다. 심각한 저산소증을 겪은 사람은 의식을 잃기 전에 인지 능력이 심각히 손상돼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기억을 갖게 된다”고 했다. 『죽음의 체험에서』를 쓴 영국의 정신과 의사 제임스 맥더그는 ‘임사체험이란 죽음에 이른 뇌가 산소결핍으로 전두엽에서 일으키는 발작’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뇌 안에 모든 정보가 입력돼 있는데 뇌가 충격을 받으면 추억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말하는 ‘흥분ㆍ행복감’도 설명 가능하다고 본다. 라크머 차우 박사가 이끄는 미국 조지 워싱턴대 연구진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 7명의 두뇌 활동을 한 달간 분석했다. 그 결과 죽기 직전 30초~3분 동안 많은 전기 에너지가 분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라크머 박사는 “사망 직전 뇌세포가 마지막으로 분출하는 에너지가 뇌의 한 부분에서 시작해 폭포수처럼 퍼지며 엄청난 흥분을 준다”고 했다.

정신분석학자 중 상당수는 임사체험을 ‘심층심리의 자기방어 기능’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앨런 왈드와 노이즈 박사는 ‘죽음에 임박하면 엄청난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는데 이를 의식에서 배제하기 위해 마음이 여러 이미지를 만드는데 이게 임사체험’이라고 한다. 저명한 천문학자 고 칼 세이건도 '터널을 보는 것은 출산의 기억 때문' 이란 주장을 폈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교수도 뇌과학적 견지에서 임사체험을 부정했다. “임사체험의 전제는 뇌의 사망인데 사실은 정말로 죽지 않아 환각을 보는 것”이라며 “뇌 기능을 다하기 직전 마지막 전기활동이 급증하면서 보게 되는 환각을 임사 체험이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대 내과 정현채 교수는 “예를 들어 마약이나 정신분열증에 의한 환각과 임사체험의 경험은 다르다. 분열증의 기억은 조각나 있고 일정치 않으며 정리도 안 돼 있고 생의 회고도 없다. 환각제의 환각도 임사체험과 달리 공포스럽고 기괴하다”며 “즉 근(임)사 체험은 뇌가 헷갈리는 게 아니라 실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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