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꼴찌 넥센 유한준 만루포에 삼성 1위 날아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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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로야구 넥센의 유한준이 24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쳤다. 유한준은 3회 초 무사 만루에서 삼성 선발 카도쿠라의 130㎞짜리 높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유한준은 시즌 첫 홈런을 만루 홈런으로 장식했다. [대구=이호형 기자]


프로야구 넥센은 8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김시진 넥센 감독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앞세워 4월 말 4연승 등 5월 초까지 5위를 달렸던 저력을 다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넥센 타선의 버팀목은 외야수 유한준(30)이다. 2004년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0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 타율 0.291에 9홈런·79타점을 올리며 팀 내 중심 타자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에도 3번 타자 중책을 맡아 팀 내 타자들 중 최고 타율(0.293)을 기록하고 있다.

 유한준이 올 시즌 자신의 첫 홈런을 쏘아올리며 삼성의 1위 등극을 가로막았다. 그는 24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선제 결승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0-0으로 맞선 3회 초 무사 만루에서 삼성 선발 카도쿠라의 시속 130㎞짜리 높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넥센은 유한준의 개인 통산 세 번째 그랜드슬램을 앞세워 9-5로 승리하며 2연패를 끊었다. 7위 한화와는 3.5경기 차다.

삼성과 넥센의 경기 중 술 취한 관중이 외야 그라운드에 난입했다. 잠시 중단됐던 경기는 안전 요원이 난입한 관중을 3루 관중석으로 돌려보낸 뒤에 재개됐다. [대구=이호형 기자]


 전날까지 1위 SK에 승차 없는 2위를 달렸던 삼성은 이날 넥센을 잡았다면 시즌 40승 고지에 선착하며 단독 선두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유한준의 만루포에 1위 도약은 물거품이 됐다. 최근 4연승과 넥센전 6연승도 마감하며 SK와의 승차는 0.5경기가 됐다.

 유한준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카도쿠라에 10타수 1안타로 매우 약했다. 1회 첫 타석 때도 1사 1루에서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0-2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은 뒤 노림수에 성공했다. 최근 들어 변화구가 많고 슬라이더 구사율이 높아진 카도쿠라의 투구 패턴을 잘 읽었다.

 시즌 초 주로 2번 타자로 기용되던 유한준은 강정호와 알드리지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3번 중심 타자 자리를 꿰찼다. 타순이 바뀌어도 활약엔 변함이 없었다. 어느 타순에 배치해도 또박또박 안타를 치는 타자가 유한준이다.

 올 시즌 넥센에 2승1패· 평균자책점 1.21로 강했던 카도쿠라는 유한준에게 한 방을 얻어맞아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 17일 KIA와의 경기에서 2와 3분의 2이닝 11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한 데 이어 두 경기 연속 초반에 무너졌다.

 삼성은 5회부터 정현욱-권혁-권오준 등 필승 계투조를 마운드에 올리며 역전을 노렸다. 그러나 3-5로 쫓아간 7회 초 넥센 대타 오윤에게 3타점 2루타를 맞는 등 4점을 더 내주면서 승부를 그르쳤다. 삼성 4번 타자 최형우는 4회 말 시즌 16호 솔로포로 이틀 연속 아치를 그리며 홈런 선두 이대호(롯데·18개)와 간격을 두 개로 좁혔다.

 한편 이날 서울 잠실구장의 두산-KIA, 인천 문학구장의 SK-LG, 대전구장의 한화-롯데의 경기는 비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대구=김우철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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