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어빙, 좀 아닌데 … 득점력 놓고 본다면 난 프레딧 뽑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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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순위 카이리 어빙

10순위 지머 프레딧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가 24일(한국시간) 열렸다. 예상대로 전체 1순위는 듀크대 출신의 가드 카이리 어빙(19·1m88㎝)이었다. 어빙은 1순위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어빙의 플레이는 지난 3월 미국 대학농구 토너먼트인 ‘3월의 광란’ 때 TV 중계로 봤다. 어빙이 강력한 드래프트 1순위 후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사실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히려 드래프트 2순위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뽑힌 데릭 윌리엄스(20·2m3㎝·애리조나대)의 득점력이 더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만일 나에게 1순위 선발권을 준다면 나는 ‘득점 기계’ 지머 프레딧(22·1m88㎝)을 선택할 것이다. 브리검영대 출신의 프레딧은 돌파와 슛이 모두 좋아 상대가 몇 명씩 달라붙어 겹수비를 하는데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미국에서 만났던 한 스카우트는 “프레딧이 드래프트 상위 순번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10순위 안에는 들 것”이라고 했다. 스카우트들의 눈은 무섭다. 프레딧은 10순위로 밀워키 벅스에 뽑혔고, 곧바로 새크라멘토 킹스로 트레이드됐다.

 이번 드래프트 소식을 서울에서 들었다. 나는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에서 어학 연수 중인데, 이번 주에 잠시 짬을 내서 한국에 왔다. 장맛비가 내리는 서울에서 미국에 있는 지인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어빙이 1순위’라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남달랐다. 어쩌면 내가 드래프트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럴지 모른다.

이상민
중앙일보 객원기자

 나는 프로농구 출범 전인 1995년 스카우트를 통해 현대전자 농구팀에 입단했다. 당시 현대와 삼성 관계자들이 경쟁하듯 우리 가족을 끈질기게 찾아왔다. 그런 스카우트 과정을 거치면 아무래도 ‘이 팀은 정말 우리 팀’이란 생각이 더 강해진다. 어쩌면 그래서 2007년 KCC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할 때 더 복잡한 감정이 들었는지 모른다.

 1순위 어빙을 잡은 클리블랜드는 8년 전 ‘킹’ 르브론 제임스(27·마이애미)를 1순위로 뽑은 적이 있다. 제임스는 지난해 생방송을 통해 떠들썩하게 자신의 이적을 발표하며 고향 팀을 떠나버렸고, 클리블랜드 팬들은 그를 저주하고 원망했다. 과연 어빙은 클리블랜드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궁금해진다.

이상민 중앙일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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