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교육 예산 빼내 대학 등록금 지원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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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3일 발표한 등록금 대책은 내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정부 재정 지원을 늘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요지다. 올해 2학기에는 아무런 지원이 없다. 한나라당과의 당정 협의에 참여한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2015년 이후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며 “다음 정부가 고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일단 대학생들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한나라당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15%, 2013년엔 24%, 2014년엔 30% 이상 등록금이 각각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부터 1조3000억원을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으로 분류된 부실 대학 이외의 모든 대학에 지원해 등록금이 실제로 낮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재정 지원과 함께 부실 대학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법정부담금마저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부실 사학과 뻥튀기 예산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편법을 바로잡지 않으면 ‘3년짜리 세금 낭비’에 그칠 수도 있다.

 우선 3년간 총 6조8000억원 확보가 관건이다. 기획재정부는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해서 장학금으로 2012년 5000억원, 2013년 1조원, 2014년 1조5000억원을 각각 보태야 실행 가능한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이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전환하지 않고 기부금을 모으는 등의 노력을 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지방 사립대 총장은 “기부금이 상위권대에 주로 몰려 지방대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대학을 움직이려 한나라당이 내놓은 것은 인센티브다. 적립금 등을 헐어 등록금 인하 계획을 제시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교육 역량강화 사업 평가에 등록금 수준과 인상률을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대학 등록금 재원 마련 과정에서 초·중등교육 예산 일부가 고등교육으로 넘어갈 우려도 있다. 교과부는 세수 증가에 따라 내년부터 매년 3조~4조원가량 증가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을 대학 등록금 예산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초·중등 사업 중 줄일 것이 있는지 검토 중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게 되면 유아교육과 초·중등 교육까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모든 대학생에게 등록금 인하 혜택을 주려는 안도 쟁점이다. 임해규 의원은 “부실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 재학생에게 지원하겠다”면서 “혜택은 대학·전공·소득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과부 관계자는 “소득 상위(8~10분위)까지 등록금 인하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수련·윤석만 기자

한나라당이 발표한 등록금 대책

고지서 등록금 30% 인하

①재정투입=3년간 6조8000억원

-2012년 1조5000억원→ 15% 인하

※저소득층 국가장학금 예산 2000억원 책정

-2013년 2조3000억원→ 24% 인하

-2014년 3조원 → 30% 인하

②대학 스스로 등록금 인하 유도

- 등록금 자율인하 대학에 인센티브(지원예산 3000억원 )

- 대학 적립금·기부금 활용토록(매년 총 5000억원 교내장학금 확충 유도)

- 대학 기부금 세제혜택 (소득공제율 현행 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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