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증권거래소 ‘비리 연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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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토해양부의 향응 파문에 이어 한국거래소의 상장법인 연찬회에서도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특수수사대는 ‘상장법인 공시책임자 연찬회’를 열면서 여행업체 J사에 용역을 주고 그 대가로 모두 213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 등)로 한국거래소 팀장 김모(42)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06년 6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모두 다섯 차례 진행된 연찬회에서 8000만원 상당의 용역을 발주해 주고 수차례에 걸쳐 각각 200만~500만원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거래소 팀장들이 받은 돈을 금융위원회 접대와 자체 회식 등 공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해당 부서장은 모른다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거래소가 연찬회에 참석한 금융위와 금감원 등 감독기구 관계자 6명을 접대하면서 유흥비 300만원과 골프비·항공료·호텔 숙박료 126만원 등 총 426만원을 대납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위·금감원 간부 1명씩을 강사로 초빙해 2일 일정에 한 시간 강의시간을 배정해 주고 회당 50만원 이상의 강의비와 향응을 제공했다”며 “초빙된 간부들은 자체 출장비를 받고도 거래소 측으로부터 강의료를 또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골프조 편성 시 상장업체와 거래소 팀장이 한 조를 이뤄 골프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해 유착의 장으로도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부족한 행사 경비를 상장회사에 넘기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2007년 6월에 열린 ‘인수기업 IB 담당인원 워크숍’에 참석한 상장회사로부터 부족경비 300만원을 별도 납부받아 술값으로 사용하는 등 2회에 걸쳐 430만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법인카드를 이용해 직원들 골프비를 납부한 것도 적발됐다. 경찰은 “2006년부터 다섯 차례 제주에 있는 골프장을 이용하고 1010만원을 지불해 거래소에 손해를 끼쳤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래소 간부들이 공시와 상장 폐지 등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고 상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을 개연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동일한 여행사에 6000만원 상당의 연찬회 행사용역을 발주하고 그 대가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한 대학 간부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제주 연찬회 여행 용역을 주고 금품을 받은 대기업 및 대형 제약업체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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