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금낭비 스톱] 오염하수 못 거르는 952억 하수처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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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인천 시민의 세금 952억원이 들어간 가좌 고도(高度)하수처리시설이 부실 시공 논란으로 8개월째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시공업체에 공사비는 모두 지급했지만 정상 가동을 못 한 채 감사원 감사까지 받고 있다. 민간사업이었으면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가 뒤따랐을 테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공방만 요란하다.

 인천시 서구 가좌동에 있는 가좌하수처리장은 인천 6개 구 51개 동의 생활·산업 하수를 처리한다. 인천시는 하수도법 개정으로 방류수의 수질 기준이 강화되자 2007년부터 고도처리시설 사업에 착수했다. 전체 사업비 952억원 중 650억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채웠다. 이 사업은 포스코건설이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하는 턴키베이스 방식으로 수주해 2년여의 공사 끝에 지난해 10월 준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시작한 시운전에서 방류수의 수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8월 실시한 신뢰성 테스트에선 한 달 동안 6차례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기준(10ppm)을 초과했다. 올해 3∼4월 실시된 재실험에서도 기준치를 충족한 것은 2개월 동안 단 하루에 그쳤다. 이광제 인천시 하수과장은 “고도처리시설을 했지만 COD가 기준치의 2배 가까운 18∼20ppm에 달했다”고 말했다.

 인천시회의는 지난해 가을 인천시가 이 시설을 인수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질 기준에 맞춰 하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추가 예산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또 나머지 공사비(20%)에 대한 정산도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인천시는 준공검사를 내주고 공사비도 정산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감사원은 3월부터 가좌하수처리장의 고도처리시설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또 공사비가 처음보다 100억원 더 늘어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발주자인 인천시종합건설본부 측은 “공사비가 100억원 증가한 것은 2008년 3, 6, 9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물가인상분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고도처리시설이 제 기능을 못하는 이유로 인근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가 늘어났고 각종 침전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업체 물환경사업본부 관계자는 “2009년 이후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독성 폐수의 방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허인환 인천시의원은 “이곳은 공장지대인 만큼 당연히 공장 폐수의 유입량까지 설계에 반영했어야 했다”며 “인천시와 시공사가 모두 안일하게 대처해 세금만 낭비했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세금 낭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꼭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인천 가좌하수처리장 사업 개요

● 위치: 인천시 서구 가좌동 598
● 공사 기간: 2007년 12월~2010년 10월
● 사업 내용: 인·질소 허용치 충족시설 개량 및 COD 저감장치
● 시행: 인천시 종합건설본부
● 시공: 포스코건설
● 감리: 동명기술공단
● 총사업비: 952억원 (국비 66억·시비 236억·지방채 650억원)
● 사업 방식: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베이스)

자료 :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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