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줌마들에게 남편은 … 드라마 좋아하는 ‘와이프 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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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소비 수준이 높은 3050세대. 경제적으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소비의 중심에 우뚝 선 그들의 가치관을 잘 파악한다면 이들에게 제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들에도 큰 도움이 될 일이다.

 LG그룹 계열 HS애드 전략연구소는 경제활동의 중추 역할을 하는 3050 기혼세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가늠할 수 있는 ‘줌마(아줌마의 줄임말) 트렌드’ 보고서를 내놨다. 올해 초부터 6개월 동안 30~50대 주부들과 소그룹 심층 면접을 통해 알아낸 주요 트렌드를 키워드로 만들었다. 일명 표적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 기법이다. HS애드 전략연구소 정혜주 책임연구원은 “3050 아줌마들이 평소 ‘생각하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트렌드를 끄집어 내기 위해 이 기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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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베프(베스트프렌드) 부부=송모(45·주부)씨는 얼마 전부터 휴일에 아이들이 늦잠을 자는 동안 조조영화 보기를 남편과 시도했다. 남편이 퇴직한 후 같이 보내는 시간을 갑자기 늘리면 더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100세 시대에 함께해야 하는 노년이 길어지자 이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대학교 평생교육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중년부부학교·부부캠프·부부대화법 강의가 쏟아져 나온다. 아웃도어 시장의 폭발도 이런 부부들 덕이 크다. 기업들은 임직원 부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광고에도 부부 모델 전성시대다. LG헬스케어 정수기엔 지누션의 션과 정혜영 부부가, 빙그레 아이스크림엔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농심 새우깡에는 이재룡·유호정 부부가 등장했다.

 ② 부티크 전원생활=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서판교에 저택을 마련했다고 해서 화제다. HS애드 전략연구소는 분명 전원생활이지만 기존의 전원과는 다른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흐름을 ‘부티크 전원생활’이라 표현했다. 특히 해외 여행·유학을 통해 선진국의 전원생활을 경험한 이들이 갈망한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바비큐 도구, 정원 관리 등 관련 제품 매출도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③ 드라저씨=드라마+아저씨를 합친 신조어. 김성호(35·회사원)씨는 요일별로 정해놓고 꼭 보는 TV 드라마가 있다. 부인이 김씨에게 지난 줄거리를 묻기도 한다. 트위터에도 ‘요즘 아빠가 드라마 보는 재미에 빠졌다’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이 성의 없어 이상하다 했더니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 등의 일화가 넘쳐난다. 주5일 근무, 빠른 퇴근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TV 시청엔 큰돈이 들지 않아 드라저씨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광고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보인다. LG유플러스 TV스마트7 광고는 TV 보는 남자 주상욱(탤런트)을 모델로 한다. TV를 보는 곰 같은 남편을 스마트하게 바꾸려면 유플러스 TV스마트7으로 바꾸라는 내용이다.

 ④ 모녀지교=남매·자매가 없는 딸과 50대에 접어들어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엄마는 친구처럼, 자매처럼 지낸다. 기업들의 모녀 마케팅도 활발하다. 화장품 업계가 ‘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화장품’이란 컨셉트를 적용해 신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유한킴벌리 여성용품 브랜드 화이트는 ‘엄마와 딸 건강 캠페인’의 일환으로 스파 강좌를 개최했다. 공연계도 모녀 마케팅에 열심이다. 모녀 간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을 되새기게 하는 연극·뮤지컬이 올해 상반기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광고에도 이런 움직임이 보인다. 웅진코웨이는 ‘엄마를 부탁해’ 광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청정원 광고도 ‘모녀 사이를 건강하게 하는 식탁의 기적’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⑤ 와이프 보이=요즘은 ‘마마 보이’가 아닌 ‘와이프 보이’가 대세다. 결혼을 하더라도 여자의 뜻대로 해주는 순종적인 남자를 원하는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생긴 현상. 사회적으로 힘이 있고 대인관계도 원만하지만, 유독 아내에게만 무력한 남자들을 일컫는다.

 ⑥ 웰핏(Well-fit)=웰빙을 추구하지만 대중의 취향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에게 꼭 맞는 상품을 골라 찾는 경향을 말한다. 예컨대 전에는 특정 음식이 TV에서 좋다고 하면 다음날 대형마트에서 동이 났지만 요즘엔 소비자들이 달라졌다.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소비도 남들이 하는 것을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이 크다.

최지영 기자

◆표적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폭넓은 대상에게 객관식 설문을 물어봐 이를 수치화하는 조사 방법과 달리 한정된 집단이 긴 기간 얘기하도록 해 이 속에서 원하는 바를 알아내는 마케팅 조사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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